北, 정회장 조문단 파견할까

  • 입력 2003년 8월 4일 15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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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4일 투신자살한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의 빈소를 조문(弔問)할까.

현재로선 북한의 조문단 파견은 남북경협을 이끌어 온 현대 일가에 대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관심이 각별하다는 점에서 일단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통일부 신언상(申彦祥) 정책실장은 이날 "정 회장이 대북사업의 압박 때문에 명을 달리했고, 유서에서도 대북사업 계승의 뜻을 남겼다는 점에서 북측이 고인의 죽음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2001년 3월 정 회장의 아버지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의 사망 때 송호경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4명으로 구성된 조문단을 하루 일정으로 보내 김 위원장의 위로를 전한 바 있다.

물론 현재 상황은 그 때와는 크게 달라졌다. 2001년 당시엔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로 북한에 우호적인 시각이 한국사회에 퍼져 있었으나, 현재는 4억 달러 대북송금 사건에 관한 특별검사의 수사로 인해 대북 물밑거래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이 가시지 않은 상태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근식(金根植) 객원연구위원은 "그럼에도 상사(喪事)에 조의표시는 정치적 환경과는 구분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조문단을 파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의 대북송금과 비자금 조성 등에 관한 수사와 재판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북한 조문단에 쏠릴 시각이 곱지만은 않을 것이란 점에서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高有煥) 교수는 "어떤 형식으로든 조의는 표시하겠지만, 여러 정치적 환경과 정 회장이 자연사한 것이 아니란 점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은 신중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북측은 조전(弔電)을 보내고, 이를 언론에 보도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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