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검 무산, 이젠 검찰밖에 없다

  • 입력 2003년 7월 22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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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송금사건 보완수사를 위한 새 특검법안이 노무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끝내 무산됐다. 거의 한 달에 걸친 여야의 비타협적인 공방과 그로 인한 법안 표류 과정을 되돌아보면 이 같은 결말은 이미 예정됐던 게 아니냐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물론 처음부터 막무가내로 특검은 안 된다며 억지를 부리면서 거부권 행사를 촉구해 온 여당이 더욱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오락가락하다가 결국 규명이 불가능한 사안까지 수사 대상에 얹어 거부권 행사의 빌미를 마련해 준 야당에도 일단의 책임이 있다. 거부권 행사를 사전 예고한 청와대나 “거부권이 행사되더라도 재의(再議)하지 않겠다”고 미리 다짐한 야당을 보면 뭔가 그들만의 시나리오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든다.

거부권 행사에 대한 여야의 반응도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다. 여당이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말한 것부터가 가당치 않다. 대북 송금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밝히다 말고 덮은 것을 어떻게 바른 일이라고 강변할 수 있는가. 야당이 대선자금 특검 문제까지 거론하면서 ‘노 대통령의 이중잣대’를 비난한 것도 설득력이 없다. 새 특검법안에 관한 한 야당 역시 ‘이중 플레이’를 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새 특검법안이 실종됨에 따라 이제 대북 송금사건 수사는 미완인 채로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대북 송금 의혹이 그대로 묻힐 리 없다. 진상이 모호할수록 오히려 의혹은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제 파생 의혹인 ‘현대비자금 의혹’이라도 제대로 파헤쳐야 한다. 그것은 검찰의 몫이다.

현대측이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주었다고 하는 비자금 150억원과 관련 비리 의혹만큼은 검찰이 명운을 걸고 수사에 임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권에서 특검 발동을 재론하는 치욕적인 상황을 면할 수 있다. 대북 송금사건 수사를 회피해 스스로 위상을 실추시켰던 검찰은 관련비리 수사라도 제대로 해 잃었던 명예를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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