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原電 수거물 20년 방황 이제 그만

  • 입력 2003년 7월 15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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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발전량의 40%를 원자력에 의존하는 나라에서 원전 수거물 관리시설 입지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역대 정부의 무능과 지역사회의 님비 현상으로 안면도 굴업도 등 전국 여러 지역에서 소란만 일으키며 20여년 동안 방황하던 원전 수거물 관리시설을 유치하겠다고 나선 전북 부안군민의 결단은 높이 살 만하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선 물질에 오염된 작업복 휴지 장갑 폐부품 등 저준위 수거물은 사용 후 핵연료 같은 고준위 폐기물에 비해 방사선 피폭 위험성이 현저하게 낮다. 선진국에서는 일반 작업복을 입고 저준위 원전 수거물이 담긴 드럼을 매립할 정도이지만 우리 사회 일각에는 방사선 오염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정부는 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홍보 활동, 완벽한 시공을 통해 주민의 불안을 해소해줄 책무가 있다. 특히 완벽한 방사선 감시체계를 갖추고 관련 정보를 실시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주민을 안심시키고 나아가 해당 지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기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전북도와 부안군이 다른 지역이 기피하는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유치에 나선 데는 낙후한 지역경제에 도움을 받고자 하는 주민의 간절한 뜻이 담겨 있다. 정부는 당초 약속한 대로 양성자 가속기 시설,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의 부안 이전 등 지역개발 지원사업을 서둘러 어려운 결단을 내린 부안군민과 현지 위도 주민에게 보답해야 한다.

저준위 원전 수거물을 내부에 특수 처리가 된 철제 드럼에 담아 3중의 차단벽을 쌓아 매립하면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원전 선진국에서 입증됐다. 당국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외국 사례를 바탕으로 일부 반대하는 주민을 끝까지 설득해야 한다.

대다수 부안군민의 뜻을 살려 원전 수거물 관리시설이 더 이상 방황하는 사태는 이제 그만 멈출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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