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출신 인사들 '얽히고 설킨 고리'

  • 입력 2003년 6월 2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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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李基明·67)씨의 땅 매매 의혹이 청와대의 두 차례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관련 인물이 모두 민주당이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주변 인물들로 나타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이 사건이 중앙 정치권으로까지 비화되는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우선 이씨는 15년간 노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낸 이번 땅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이씨는 땅 의혹 사건이 불거지자 “내 땅을 산 소명산업개발이 뭐하는 회사인지 모른다. 소명이 내 땅에 무엇을 할 것인지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며칠 뒤 소명산업개발의 실소유주가 윤동혁(尹東赫·42)씨라는 사실이 밝혀져 이씨가 처음부터 거짓말을 해왔다는 게 드러났다. 주변 인사들은 “이씨와 윤씨는 양아버지와 양아들의 관계”라고 전했다.

청와대도 2차 해명자료에서 ‘이씨와 윤씨는 17년간 사귀어 온 사이’로 두 사람이 절친한 관계임을 시인했다.

1996년 경기 안산갑에서 무소속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윤씨는 선관위에 제출한 자료에서 자신을 13대 대선 당시 김대중(金大中) 선거대책위원 및 민주당 외곽 청년조직인 연청(聯靑·새시대 새정치 연합청년회) 지도위원으로 밝혔다.

김남수(金南洙)씨는 2001년 3월5일 이씨의 땅에 ‘소유권이전 청구권 가등기’를 설정한 데 이어 이씨를 위해 국민은행에서 10억원의 대출까지 받은 인물. 그는 현재 청와대 노동개혁 태스크포스팀에 근무 중인 행정관으로 밝혀졌다.

청와대는 “이씨가 임야를 담보로 대출받으면서 가계대출에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지내며 기계공구 유통업을 하던 김씨에게 부탁해 대출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씨와의 인연뿐만 아니라 노 대통령과도 10년 넘게 알고 지내온 대통령의 주변 인물이다.

소명산업개발 전무이사로 밝혀진 박상훈(朴尙勳·43)씨도 이번 사건의 중요인물로 등장했다. 그는 연청 중앙회에서 2001년 중앙부회장을 지냈으며 민주당 경기도지부 정책실장으로 재직하다 최근 사퇴서를 제출했다.

박씨는 “알고 지내던 윤씨와 함께 일을 하기 위해 정책실장을 사퇴하고 소명산업개발 전무로 재직 중”이라며 “윤씨와 추진하는 실버타운 사업은 이기명씨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박씨가 경기지부 정책실장으로 재직할 당시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이 민주당 경기도지부장을 지냈다. 박씨는 “연청에서 일할 때부터 문 실장을 잘 알았다”고 말했다.

또 이씨 형제들의 땅인 실버타운 사업부지가 자연녹지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로비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당시 용인시장과 경기도지사는 모두 민주당 소속이거나 민주당 출신이었다.

용인=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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