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사장 선출 논란 가열]"외압 없었다" vs "분명히 개입"

  • 입력 2003년 5월 4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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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관(池明觀) KBS 이사장이 정연주(鄭淵珠) 사장 선출 과정에 청와대측이 개입했다고 한 발언(동아일보 2일자 A1면)에 대해 KBS 이사들은 “외압이 없었다”고 밝힌 반면 지 이사장은 ‘청와대측의 개입’을 재확인했다.

지 이사장은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동아일보가 내 발언 중 개인적으로 숨기고 싶었던 것(청와대측 개입)까지 전부 다 써서 심하다고 생각했지만 언론사가 내 발언을 있는 그대로 기사를 쓸 수밖에 없는 사정을 이해한다”며 “현재 무척 외로운 심정이지만 앞으로 당당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지 이사장은 1일 “지난번 서동구(徐東九)씨를 사장으로 밀었던 청와대 라인에서 이번에는 정연주씨를 민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고 또 다른 라인에선 류균(柳鈞·전 KBS 정책기획센터장)씨를 민다는 전화가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지 이사장은 정 사장이 취임 3일 만인 지난달 30일 부사장과 본부장 7명을 전격 교체한 데 대해 서한을 보내 “혁명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인사이며, 공기관을 매우 사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KBS 이사회는 3일 오전 긴급 간담회를 열어 “정 사장 선출 과정에서 아무런 외압이 없었다”며 “KBS 인사와 관련한 지 이사장의 발언은 개인적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사회에는 지 이사장이 불참한 가운데 10명의 이사가 참석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4일 “KBS 사장 인선에 개입한 ‘보이지 않는 손’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본인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노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한나라당은 이해성(李海成)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지 이사장에게 “좋은 사람 뽑아줘서 감사하다”고 전화를 걸어온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한나라당측은 “누가 개입했기에 홍보수석이 감사전화까지 했겠느냐”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종희(朴鍾熙) 대변인은 논평에서 “모든 사안을 참모들과 토론으로 결정한다는 노 대통령이 참모들의 이 같은 비행을 모를 리 없다”며 “공영방송 사장 인선에 압력을 행사한 참모를 찾아내 약속대로 ‘패가망신’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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