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총리지명자 인사청문회 시작

  • 입력 2003년 2월 20일 10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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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총리인사청문특위(위원장 김충조 의원)는 20일 오전 10시 고 건(高 建) 총리 지명자를 출석시킨 가운데 그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시작했다.

특위는 이날 고 지명자를 상대로 도덕성과 국가관, 국정수행능력 등을 집중 검증한뒤 21일 오후에는 노재현 전 국방장관과 김유후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등 증인과 참고인 22명을 상대로 주요 쟁점과 의혹에 대한 진술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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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지명자에 대한 청문회에서는 △본인 및 차남의 병역면제와 장남의 벤처기업 창업 관련 △1979년 10.26직후 청와대 정무2수석 비서관, 80년 5.17 비상계엄확대 당시 정무수석 비서관, 87년 6월 항쟁 당시 내무장관으로서의 행적 △역대정권에서 요직에 중용된 배경 △88년 서울시장 재직 당시의 수서택지분양사건 연루 논란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고 지명자를 둘러싸고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는 입장이며, 민주당은 국정수행능력과 도덕성 청렴성을 검증하되 야당의 인신공격성 질의는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고 지명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오는 25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식이 끝난 직후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는 20일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고 지명자의 국가관, 국정수행능력, 도덕성, 개혁성 특히 위기관리능력을 철저히 검증할 것이다"며 "청문회 후 당론으로 찬반을 결정할 것이며 특검제법안 처리와 총리인준을 연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지명자 청문회 모두(冒頭)발언

이미 한 차례 총리직을 역임했던 사람으로서 새 정부의 첫 국무총리직을 맡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여러분들을 만나 의견을 구했고, 스스로에게 자문했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시절을 겪은 자식을 둔 한 아버지로서 다시 공직에 나서는 일이 가족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멍에를 지우는 일이 아닌가 밤잠을 설치며 고민했습니다.

심사숙고 끝에 비록 어렵더라도 이 시대가 저에게 요구하는 역할이 있다면 이를 피하지 말고 그 짐을 지는 것이 나라와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을 천명으로 알고 살아온 저의 도리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는 1962년 직업공무원으로 발을 내디딘 이래 전문행정인의 길을 충실히 걷고자 나름대로 노력해왔습니다. 한평생 정권이 아니라 이 나라 국민을 위해 봉사하려고 애썼습니다. 오직 국가가 저를 필요로 해서 부를 때 공직에 나아가 신명을 바쳐 일하고, 일이 끝나면 손을 털고 다시 민간인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국회의 동의를 받아 새 정부의 내각을 통할하는 국무총리가 된다면 `안정속의 개혁'을 실천하는 조타수가 되겠습니다.

먼저 정부를 투명하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만들고, 기업과 시민사회를 파트너로 삼는 참여행정을 펼치겠습니다. 그리고 사회 각 부분의 목소리를 아우르고 모으는 화합의 행정을 전개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최우선으로 정부의 모든 역량을 모아 국민을 위해(危害)로부터 지키는 `종합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겠습니다.

이런 시대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무총리의 역할이 이제부터 우리의 헌정의 관행과는 달라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헌법에 규정된 바대로 총리의 권한과 책임을 다함으로써 헌법정신을 구현하고 국회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나갈 것입니다.

이렇게 `안정속의 개혁'이 이뤄지도록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내각을 이끄는 일이 한평생 전문행정인으로 살아온 저에게 부과된 마지막 시대적 역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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