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시대]盧 '개혁' 드라이브땐 정계 빅뱅

  • 입력 2002년 12월 20일 18시 56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대통령당선으로 정치권은 또 한차례 ‘빅뱅’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다.

변화의 동인(動因)은 우선 노 당선자 자신의 정치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다. 노 당선자는 20일 첫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서 당-정 분리원칙을 지킬 것임을 강조하면서도 “대통령의 지위에서 민주당의 개혁과제 수행을 요구하고, 평당원으로서 정치개혁 방향의 대강(大綱)에 함께 참여하고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분명한 정치 개혁의 의지를 밝혔다.

노 당선자는 또 정계개편에 대해서는 “인위적 정계개편은 없다”고 말했지만, 한 핵심 측근은 “정당개혁과 정치권의 자율적 변화 협력을 통한 새로운 개혁세력의 결성이 노 당선자의 우선적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에서 노 당선자의 출현은 필연적으로 개혁세력의 결집과 그에 따른 보수세력의 반작용을 통한 정치권의 재편을 수반할 가능성이 높다.

노 당선자로서도 ‘거야(巨野)’에 발목이 잡혀 국정운영과 개혁작업에 차질을 빚었던 현 정부의 오류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가능하면 취임 이전까지 상황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현재로선 여소야대 국면 타개를 위한 정계개편 추진이나 거국내각 구성을 통해 한나라당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확고하게 체제 속으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택할 것이 예상되지만 그의 사고방식으로 보아 정계개편 쪽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여기에다 취임 1년여 만에 17대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결국 여야의 갈등요인은 적지 않게 잠복해 있는 셈이다.

정치권의 변화에 대한 노 당선자의 요구는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사퇴로 중심축을 잃고 대선 패배의 후유증에 휩싸인 한나라당의 진통과 맞물려 정치권 이합집산의 상승작용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은 일단 노 당선자의 취임 전에 전당대회를 열어 당을 수습한다는 복안이지만 당권을 둘러싼 세력간의 헤게모니 쟁탈전이 불거질 경우 부산 경남(PK)지역 인사들과 개혁성향이 강한 수도권의 초·재선 의원들의 이탈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민주당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노 당선자가 대선 직전까지 당 개혁을 강도 높게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노 당선자를 중심으로 새롭게 형성된 신주류와 DJ의 직계세력인 구주류간에 대립전선이 형성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노 당선자를 지지했던 개혁파 의원들은 노 당선자 중심의 개혁정당으로 민주당을 탈바꿈시키기 위한 시도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당내 보수파들은 ‘소수여당을 더욱 소수화시킨다’는 논리를 앞세워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 점이 노 당선자가 ‘이상’(개혁적 이념 정당)과 ‘현실’(소수 여당)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따라서 개혁신당의 창당을 일단 추진하겠지만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민주당의 개혁은 결국 17대 총선과정에서의 물갈이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정몽준(鄭夢準) 대표의 대선 막판 ‘노 후보 지지철회’ 선언으로 와해위기를 맞고 있는 국민통합21이나 대선 국면에서 ‘중립’을 지킨 자민련도 정치권 ‘빅뱅’의 중심권에 서있다.

통합21은 민주당과의 ‘국정운영공조’가 사실상 무산돼 당의 진로가 불투명해졌고, 정 대표의 운신의 폭도 극히 좁아졌다.

자민련은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독자생존이 여전히 어려운 상태여서 정계개편의 태풍이 몰아칠 경우 분열 혹은 흡수 통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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