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각국 정부 외신 반응

  • 입력 2002년 12월 20일 18시 43분


지구촌 각국 정부는 20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내면서 외교 협력 관계의 발전을 다짐했다.

세계의 주요 언론들은 노 당선자가 당선 뒤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다짐했다는 소식을 주요 뉴스로 전했다. 하지만 대(對)북한 문제 등을 놓고 한미간에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9일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면서 “노 당선자가 이끄는 한국의 새 정부와 긴밀히 협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미국 백악관이 밝혔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이 함께 직면해 있는 많은 도전과 기회에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 당선자와 긴밀히 협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국무부는 19일 성명을 발표, “노 당선자의 승리를 따뜻하게 축하하며 긴밀히 협력할 것을 고대한다”며 “노 당선자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억제책으로서의 한미동맹과 그 동맹이 제공하는 지역안정에 대한 강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강조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일문일답에서 “노 당선자의 대북 정책 방향이 미 행정부와 입장 차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아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한국이 북한과 논의를 하는 정책을 계속 지지한다고 밝혀왔다”고 답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새 정권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이르면 내년 2월 노 당선자의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는 방안을 포함한 방한 일정 조정에 착수했다고 일본 언론이 20일 전했다.

이에 앞서 고이즈미 총리는 19일 밤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축하한다. 앞으로 노 당선자와 긴밀히 협력해가면서 한일 우호협력관계를 한층 더 발전시켜 나가고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위해 노력해가고 싶다”고 밝혔다.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도 20일 노 당선자에게 축전을 보내 ‘열렬한 축하’를 표시했다고 중국 정부가 밝혔다.

장 주석은 축전에서 “대한민국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중요한 이웃 국가이며 중국측은 중한 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며 “우리의 공동노력 하에 중한 우호협력 관계가 반드시 계속 강화되고 발전할 것으로 바라고 또 믿는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한중 관계는 중요하며 상호 노력을 통해 한국과의 동반자 관계가 강화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은 19일 오후 오페라 관람 도중 한국의 대선 결과에 대한 보고를 받고 깊은 관심을 나타내면서 축하와 더불어 양국 관계가 더욱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노 후보가 당선된 데 대해 크게 지지하고 있다고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정통한 북한 소식통들이 19일 밝혔다.

평양에서 만난 많은 북한 관리들은 노 당선자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계승하고 남북한간 화해와 대화를 촉진할 수 있는 적절한 인물로 보고 있다고 이들 소식통은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19일 ‘서울이 미국과의 유대를 느슨하게 할지 모른다’는 제목으로 대선 결과를 전하면서 “반세기에 걸친 한미간의 밀접한 동맹관계가 중요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외교적 경로에 들어섰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노 당선자가 직면할 최대의 시험은 북한 문제에 관해 미국과 단일한 전선을 이뤄낼 수 있느냐가 될 것”이라며 “노 당선자의 일관된 ‘햇볕정책 계승’ 주장이 부시 대통령의 대테러 전쟁과 갈등을 빚을 수도 있는 것으로 정치 분석가들이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주요 신문들은 20일자 조간에 일제히 한국 대선 결과와 관련한 사설과 함께 대북 정책 전망 등 3, 4개면에 걸쳐 특집기사를 게재했다.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노 당선자가 내세우는 포용정책은 미국과의 강고한 군사동맹에 의한 억지력을 전제로 시행돼야 하는 정책임을 잊어선 안 된다”며 “취임 이전에 미국을 방문해 보는 것이 어떻겠는가”고 권유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노 당선자가 북한 핵문제를 대화로 해결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면 구체적인 전망을 제시해야만 한다”며 포괄적 대북정책의 제시를 주문했다.

마이니치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미일 3국간의 대북 의견조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노 당선자에 대해 ‘성실과 진취, 국민을 주인으로 삼는 인물’로 총평하면서 장차 개혁과 반부패, 새로운 정치 개척 등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한미관계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재협상 대상이 됐다”며 “승패를 가른 근소한 표 차는 한국인들 사이에 깊은 분열을 노출시켜 노 당선자가 자신의 과감한 정책을 시행하는 데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국과 미국의 유대가 위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북한의 핵개발 포기를 유도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취할 것인가를 놓고 한국과 미국의 긴장이 더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영국 BBC 방송은 딜로이트컨설팅서울의 제임스 루니 부회장의 말을 인용, “한국의 새 정부가 앞으로 5년간 금융시장 국제화 등 야심 찬 기회를 추구한다면 10년 후 프랑스나 독일과 맞설 수 있는 세계 7, 8위의 경제대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 못할 경우 급성장하는 중국이 교역과 투자를 더 많이 차지함으로써 한국의 기회의 창은 닫힐 수 있다”고 보도했다.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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