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시대/승인과 패인]"낡은정치 교체" 20, 30대가 일냈다

  • 입력 2002년 12월 20일 00시 14분


16대 대선의 승패를 가른 것은 ‘변화에 대한 열망’이었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20, 30대 젊은층과 수도권에서 선전했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는 영남에서 우위를 보였으나 이 벽을 넘지 못했다.

▽노무현의 승인〓“앙시앵레짐(구체제)의 붕괴다. 50년 낡은 정치를 청산하자는 호소가 5년 부패정권을 심판하자는 구호보다 국민의 가슴에 더 절실하게 와 닿은 것 같다.”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중앙선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는 승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특히 노 후보가 한나라당의 ‘부패정권 심판’ ‘노 후보〓DJ 양자’라는 공격에 맞서 ‘새 정치’를 내세우며 이슈를 선점해 나간 것도 주도권 장악에 한몫했다. 공약 면에서도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을 내세워 초반부터 충청권 표심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한나라당의 국가정보원 도청의혹 폭로, 북한핵 위기 등 악재가 터져 나왔을 때 “그런 폭로전과 색깔론 공세가 바로 낡은 정치”라고 반격, 무력화시킬 수 있었던 것도 ‘이슈전의 승리’라는 게 김한길 미디어특별본부장의 설명.

대선 역학구도로 보면 노 후보가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와의 후보단일화에 성공한 것이 직접적인 승인이라 할 수 있다. 단일화전 노 후보의 지지율은 20% 안팎에 머물렀으나 단일화 직후 40%대로 수직 상승했다.

이후 TV연설 광고 등 미디어전에서 한나라당에 우위를 보이면서 지지율 우위 추세는 대선 기간 내내 이어졌다.

정 대표의 공조 파기는 강원, 울산 등에서 노 후보에게 약간의 타격을 주긴 했으나 승패까지 바꾸지는 못했다. 이해찬(李海瓚) 기획본부장은 “정 대표의 명분 없는 노 후보 지지 철회에 유권자들이 크게 동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 지지층의 1% 안팎이 사표방지 심리에서 막판에 노 후보 지지로 돌아섰고, 젊은층이 많은 부재자 투표에서 노 후보가 압승한 것이 막판 박빙 승부를 가른 결정적 계기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회창 후보의 패인〓한나라당은 ‘이회창 대세론’에 안주하는 바람에 후보단일화라는 돌발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한나라당은 정 대표를 맹공, 그의 지지율이 너무 빨리 급락하는 바람에 후보단일화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또 자민련과의 관계설정에 대한 당내 이견으로 자민련 의원들을 끌어들이는 바람에 김종필(金鍾泌) 총재의 감정을 자극, JP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해 충청권에서 고전했다.

당 관계자는 선거전략상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노 후보가 선거 초반부터 단일화 바람을 일으키며 이미지 전략으로 상승세를 탔기 때문에 인물 대(對)인물 구도를 피했어야 했는데, 그런 구도에 휘말린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선거운동 측면에서도 완전히 실패했다. 유권자의 절반에 가까운 20∼30대 젊은층은 인터넷에 익숙한 디지털 세대인 데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전형적인 아날로그형 선거운동으로 이들의 감성을 잡는 데 실패했다. 노 후보는 20∼30대 유권자층에서 노 후보에 비해 20∼30% 이상 득표가 떨어졌다. 신문광고와 방송연설 등 미디어선거전에서도 민주당에 완패했다.

또 국정원 도·감청 의혹 폭로 등 구시대적인 네거티브 선거운동도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고전한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노 후보의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공약에 맞서 ‘수도권 공동화’ 가능성으로 반격을 가했지만 수도권 표심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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