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시대]이회창 후보 “제가 부족한 탓… 국민께 죄송”

  • 입력 2002년 12월 20일 01시 45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는 19일 밤 11시 당사 10층 종합상황실에 착잡한 표정으로 나타나 선거 패배를 공식 인정했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보냈다.

이 후보는 “당원 동지 여러분이 애를 쓰고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아직 미치지 못했다”며 “저를 믿고 사랑해주고 지지해준 국민에게 뭐라고 할말이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모든 건 내가 부족하고 못난 탓이며 다시 한번 죄인이 된 기분이다”고 자책한 뒤 “저와 당을 후원해준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원 동지 여러분이 지난 5년간 고생했는데 앞으로 또 고생시킬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말로 할 수 없이 어려운 상황에서 같이 손잡고 정말 애쓴 여러분 하나하나가 떠오른다”며 “결코 여러분의 사랑과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도 했다.

당이 나아갈 방향과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20일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겠다고만 언급했다. 이 후보는 그간 이번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이 후보는 다시 한번 더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미처 다하지 못한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며 노 당선자에게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좋은 대통령이 돼 달라는 바람을 담담하게 피력했다.

한 측근은 “지금 이 후보의 심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느냐. 출구조사에서는 졌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에 앞서 이 후보는 방송 3사의 출구조사 발표가 나온 조금 뒤 상황실에 들러 기다리던 서청원(徐淸源) 대표, 양정규(梁正圭) 의원 등과 차례로 악수를 나눴다.

150여명의 당직자들과 사무처 직원들은 ‘이회창’ ‘대통령’을 연호했지만 이 후보는 입을 다문 채 2분여 동안 개표 방송을 지켜보다 상황실을 나섰다.

그는 보도진의 질문이 쏟아지자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기다려보자. 모두 열심히 했다”고 말했으며 9층 여의도연구소를 잠시 들른 뒤 당직자들과 보좌역들의 배웅을 받으며 당사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패배를 인정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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