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盧 지지철회 파장]盧후보 지지층 이탈-결집 '혼란'

  • 입력 2002년 12월 19일 18시 26분


코멘트
18일 밤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의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에 대한 지지 철회 선언은 투표 당일인 19일 유권자들의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부동층이 크게 줄어드는 등 비교적 안정적인 분위기로 흘러가던 이번 대선의 표심은 이 돌출변수로 인해 후보간 지지층의 이동 현상이 갑자기 늘어나는 등 혼란에 빠져든 양상이었다.

표심의 변화가 심했던 쪽은 노 후보 지지층이었다. 노 후보 지지층은 충성도에 따라 표의 이탈과 결집이 엇갈리는 등 혼미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후보단일화 효과에 따라 노 후보 쪽으로 결집했던 유권자들의 일부는 공조 파기에 따른 ‘실망 기권층’으로 돌아서는 등 이탈현상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투표율이 오후 3시 현재 97년 대선 때보다 무려 8%포인트나 떨어진 것도 정 대표의지지 철회가 노 후보 지지층이 두꺼웠던 20, 30대 유권자에게 실망감을 안겨주면서 투표를 포기하게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후보단일화 이전까지 정 대표가 강세를 보였던 울산 강원 지역의 투표율이 97년 대선에 비해 10%포인트가량 떨어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듯하다. 노 후보가 공약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대전 충북 지역도 다른 지역에 비해 투표율 하락 폭이 크게 나타나는 등 노 후보 지지표의 이탈 흐름이 분명하게 나타났다.

또한 영남 지역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확실해졌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이 후보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덜한 이 지역의 노 후보 지지층 사이에서는 사표(死票) 방지심리가 작용하면서 이 후보 쪽으로 돌아서는 기류도 나타났다.

이처럼 노 후보 지지층이 기권 또는 이 후보 지지 쪽으로 이탈하는 흐름과는 반대로 노 후보의 적극 지지층은 돌발 악재에 강한 위기감을 느끼면서 응집력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반 이회창 정서가 강한 호남 지역의 투표율이 다소 하락했지만, 다른 지역보다 높게 나타난 것도 같은 흐름으로 여겨진다.

또한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 지지층 사이에서는 사표 방지심리와 함께 자칫하면 이 후보의 집권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기류가 형성되면서 막판에 노 후보 지지 쪽으로 이탈하는 등 연쇄 반응도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선거 막판으로 접어들면서 점차 결집하는 양상을 보였던 이 후보 지지층은 이번 돌발변수가 유리한 변수라는 판단에 따라 별다른 동요 없이 대거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분석된다.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