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盧 양자구도 변수]'부패심판'이냐 '세대교체'냐

  • 입력 2002년 11월 25일 18시 30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통령후보간 단일화로 대선구도가 양자대결 구도로 재편되면서 대선 승패를 가를 새로운 변수들이 불거지고 있다.

▽보수 대 진보냐, 이회창(李會昌) 대 반창(反昌) 구도냐〓노 후보의 정책공약이 상대적으로 진보적 색채를 띠면서 향후 대선구도가 정책과 이념을 중심으로 한 보수-진보의 대결구도로 변화하지 않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양 진영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 경우 고립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서로 중도쪽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이 후보는 ‘안정 속의 개혁론’을 집중 설파하겠다는 전략이다. 노 후보의 ‘색깔’ 때문에 보수층이 친 한나라 성향을 보이고 있는 만큼 부동층을 흡수하면서 노 후보측의 ‘반 이회창 연합전선’을 무력화하겠다는 계산이다.

반면 노 후보는 통합21과의 정책연대를 통해 중도보수층까지 껴안는 ‘이회창 포위전략’을 상정하고 있다. 노 후보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는 진보정책을 일방적으로 선택하고 있지 않다. 국민도 이념대결을 원치 않고 있다”고 못박았다.

▽세대교체론 대 부패심판론〓이 후보측은 노 후보를 ‘DJ적자(嫡子)’로 집중 부각시켜 ‘부패정권 심판론’에 불을 지핀다는 전략이다. 현 정권의 실정(失政)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통해 대선의 핵심이슈를 ‘정권교체냐, 정권연장이냐’로 바꿔 반(反) DJ 정서를 십분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반면 노 후보측은 신-구세대론으로 맞서고 있다. 노 후보나 협력파트너가 될 정몽준 대표가 50대임을 강조하면서 ‘세대교체’를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로 부각시켜 부패정권 심판론을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캐스팅보트’ 충청 민심 향배〓충청지역이 연고지인 이 후보측은 상대적으로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반면 노 후보 진영은 딱 부러진 대책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이 후보측은 이 지역에서의 지지세를 상당히 잠식했던 정몽준 후보가 탈락한데다 자민련 의원들이 한나라당 지지쪽으로 기울고 있고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가 노 후보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도전자의 입장인 노 후보는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앞세워 이 지역을 집중 공략하는 한편 그동안 불편한 관계였던 이인제(李仁濟) 의원과의 극적인 화해를 모색하고 있다. JP에 대해선 최소한 한나라당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부산 경남(PK)의 표심은 어디로〓최근 PK 지역의 한나라당 지지성향이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면서 두 후보간 승패를 가를 전략요충으로 급부상했다.

이 후보측은 노 후보가 이 지역 출신인 만큼 자칫 ‘영남후보론’의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점에서 초비상이 걸렸다. 이에 따라 선거 초반부터 ‘노 후보를 지지하면 DJ를 돕는 것’이란 논리를 앞세워 집중적으로 PK공략에 나선다는 생각이다.

노 후보는 이 지역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울산이 연고지인 정몽준 대표와의 협력이 이뤄지면 35% 이상의 득표도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이미 선대위 산하 정치개혁추진본부는 10여일 전 부산으로 사무실을 옮겨 바닥 표밭갈이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40대와 중산층의 선택은〓연령 계층별 지지층 가운데 두 후보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세대는 40대와 수도권의 중산층이다. 이들이 어느 쪽으로 쏠리느냐에 따라 대선 판도의 대세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올봄 불었던 ‘노풍’은 40대가 가세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가 이 층이 먼저 등을 돌리면서 급전직하로 무너졌다.

이 후보측은 최근 40대와 중산층의 노 후보 지지경향이 단일화 성사에 따른 일시적인 ‘시너지효과’라고 일축하면서 당내 개혁성향 의원들을 수도권에 전면 포진시켜 이를 돌파한다는 복안이다. 노 후보도 최근 들어 이 계층의 공략을 위해 직선적 이미지를 안정감 있는 이미지로 바꾸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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