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그 이후]<4>자산公-예보 해외채권 회수때 조성의혹

  • 입력 2002년 10월 10일 19시 07분


한나라당 이성헌(李性憲) 의원은 지난달 27일 자산관리공사에 대한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거액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했다.

외환위기 이후 자산관리공사와 예금보험공사가 채권회수 대행사를 통해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의 해외 상각채권(償却債權)과 부실채권을 거둬들이는 과정에서 1억달러가 비자금으로 조성돼 해외에 빼돌려졌다는 내용이었다.

이 의원은 미국계 A사와 T사가 회수대행사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현 정권 실세들의 비호를 받은 의혹이 짙다는 주장도 함께 내놓았다. 특히 대통령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의 친조카 이형택(李亨澤)씨가 예보 전무였고, 이씨의 동생인 이정택씨는 A사의 고문으로 일했으며, T사의 한국인 H회장은 이 여사와 절친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진 K씨의 인척이라는 점을 들어 정권핵심부를 겨냥했다.

이 의원은 비자금의 주인이 누군지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폭로한 날 이후에는 추가 의혹이나 증거도 내놓지 않아 비자금 조성 논란은 일단 유야무야된 듯한 분위기다. 하지만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은 상태다.

이 의원은 의혹을 밝혀내기 위해 추적조사를 계속 중이고, T사는 “이 의원의 무책임한 폭로로 기업활동에 큰 피해를 봤다”며 미국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 의원은 예보로부터 상각채권 목록을 제출받아 자료를 분석하고 있으며 비자금에 대한 직접 추적에 나설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이 의원은 “채권 회수에 직접 관여한 사람이 제보를 했기 때문에 제보내용의 신빙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 “다만 비자금이 조성된 곳이 미국이라 추적하는 데 시간이 걸릴 뿐”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청와대 자산관리공사 예보 T사 A사 등은 이 의원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T사의 L사장은 “이 의원이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주장하는 상각채권은 금융기관들이 회수를 포기한 채권으로 장부가의 1%를 건지기도 힘들다”면서 “금융지식이 조금만 있으면 상각채권으로 비자금 수천만달러를 조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A사 관계자는 “부실채권도 모두 공개입찰을 통해 매각한 데다 시장에서 가치를 정확하게 알고있기 때문에 비자금을 조성할 방법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제일은행의 상각채권은 다른 상각채권과는 달리 가치가 있는 것이 많다”면서 “부실채권도 회수과정에서 당초 예상보다 회수율이 크게 높아지는 사례가 많다”고 반박했다.

국감장에서의 의혹 제기가 정당한 것이었는지의 여부를 놓고도 양측은 팽팽히 맞섰다.

이 의원은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공적자금의 회수에 조금이라도 의혹이 있다면 문제를 제기하고 파헤치는 것이 국회의원의 책무”라고 말했다.

반면 T사의 L사장은 “이 의원의 폭로에는 상당한 악의(惡意)가 있다”며 “면책특권을 이용해 한탕주의식 언론플레이를 하는 국회의원의 행태에 서글픔을 느낀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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