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 특구' 전문가 시각]브래들리 밥슨 세계은행 자문관

  • 입력 2002년 9월 25일 18시 41분


브래들리 밥슨 세계은행 자문관
브래들리 밥슨 세계은행 자문관
“북한이 신의주를 특별행정구로 지정한 것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측면에서도 커다란 실험이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개혁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북한경제 전문가인 세계은행(World Bank)의 브래들리 밥슨 자문관은 24일 북한이 취한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신의주 특구는 나진-선봉 무역지대와 어떻게 다른가.

“나진-선봉은 지정학적 이점 외에 시장접근성이라는 면에선 경제적 이점이 없는 곳이다. 반면 신의주는 중국 시장, 또 북한경제의 중심인 평양 남포 개성 등과 연결돼 훨씬 유리한 입지조건을 갖고 있으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신의주는 나진-선봉보다는 성공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이번 조치에 앞서 7월 배급제를 폐지하고 가격 및 임금 인상을 단행했다.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시장경제 도입과 관련이 있나.

“북한은 가격조절 기능을 시장에 맡기는 가격자유화를 단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계획경제에 따른 물품과 용역의 배급 대신에 자본주의식 화폐경제를 도입, 주민들이 인상된 임금을 갖고 원하는 물품을 구입할 수 있게 한 것은 시장경제를 더욱 촉진할 것이다. 또 북한 화폐의 실제가치를 반영, 달러화에 대한 환율을 대폭 올린 통화개혁도 긍정적이다. 북한은 시장경제 도입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취한 것은 아니나 의미 있는 출발은 한 셈이다.”

-북한이 신의주에 자본주의를 도입, ‘1국가 2체제’를 실험하는 것은 중국 모델을 따르는 것인가.

“북한은 독자적인 모델의 경제개발을 추구하고 있다. 북한경제는 농업에 기반을 둔 개발을 추진했던 중국 베트남과는 사정이 다르다. 북한은 중국은 물론 유럽 아시아 국가의 경제 모델을 참고해 자국 환경에 맞는 경제개발을 모색 중이다.”

-북한이 경제를 회생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경제개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구와 제도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예컨대 은행이 제 기능을 하도록 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 열악한 인프라스트럭처 개선에 필요한 대외차관 확보도 매우 중요하다.”

-북한은 외국인에게 신의주 특구 개발을 맡기기로 했는데….

“외국인들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업무처리 방식을 도입하고 개혁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외국인들이 북한의 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신의주는 물론 평양도 중국의 상하이나 베트남의 호치민시와는 여건이 너무 다르다. 북한은 외국인에게 자유로운 여건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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