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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28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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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임명동의안 부결 직후 장대환(張大煥) 총리지명자는 기자실에 들러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국민들께도 매우 죄송하다”며 “이젠 개인으로 돌아가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짤막한 소감을 밝힌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5분 남짓한 기자회견 내내 그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기자들의 질문에는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오후 4시35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현관에서 총리실 간부들과 악수를 나눈 뒤 집으로 향했다. 그는 또 비서진에게 “그간 청문회 준비에 고생한 총리실 직원의 부부들이 식사나 하라”며 금일봉을 건네기도 했다.
총리실 관계자들은 “설마 했는데 한달 새 두 차례나 부결되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청문회 준비를 지휘해온 김진표(金振杓) 국무조정실장과 정강정(鄭剛正) 총리비서실장 등은 할 말을 잃었다. 특히 정 비서실장은 잇단 인준 부결사태에 책임을 지고 청와대에 장 총리지명자의 사표를 전달하면서 자신도 함께 사의를 표명했으나 반려됐다.
장 지명자는 이날 평소보다 30분 정도 이른 오전 7시50분경 정부중앙청사로 출근해 간부회의도 생략하고 집무실에서 표결 직전까지 의원들에게 전화로 인준 통과를 호소했다. 그는 특히 동문인 경기고 출신이나 친분이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적극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장 지명자는 오후 내내 TV도 켜지 않고 집무실에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다”며 “비서들로부터 부결소식을 접한 뒤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헌정 사상 총리인준이 잇따라 부결된 것은 52년 10월 이윤영(李允榮), 같은 해 11월 이갑성(李甲成)씨 이후 50년 만이다. 또 장 지명자는 역대 총리직 수행자(총리, 총리서리, 임시서리, 내각수반 포함) 중 54년 백한성(白漢成) 임시서리(10일)와 52년 이윤영 총리서리(11일)에 이어 세번째로 단명을 기록했고, 제2공화국 이후에는 최단명 총리직 수행자가 됐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