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후보, KT민영화 '걱정'

  • 입력 2002년 5월 9일 00시 07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가 8일 당 소속 의원들과 간담회에서 이달 중 실시되는 KT(옛 한국통신) 민영화가 삼성그룹의 경제력 집중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후보는 이날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당 소속 과학기술정보통신위, 환경노동위, 보건복지위 위원들과 만찬 간담회를 갖던 도중 “KT 민영화로 쏟아져 나올 주식이 이달 중 3조원어치나 된다는데 시장에서 잘 팔릴 수 있겠느냐”며 KT 주식이 증시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염려했다는 것.

3조원어치 주식은 KT의 평일 하루 거래량의 약 80배에 달하는 물량이다.

노 후보는 이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나 기관투자가들이 이 주식을 소화해 줄 수 없는가”라며 대안을 묻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KT를 서둘러 민영화하면 삼성에게 (경제력이) 너무 쏠리는 것이 아니냐”며 특정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우려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정부가 6일 확정한 KT 보유주식 매각방안에 따르면 특정 대기업이 최대 15%까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데, 3조원의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기업은 삼성그룹 정도가 꼽히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참석 위원들은 이에 대해 “연기금은 특정종목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정해놓고 있어 KT 물량을 자연스레 흡수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희선(金希宣) 의원은 “KT의 지배주주로 삼성이 유력한데 특혜시비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으므로 다음 정권으로 순연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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