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용호 게이트’에 이기호(李起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의 관여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청와대로 불똥이 튀자 어떤 식으로든 ‘특단의 진화대책’이 필요했다는 것이 청와대 안팎의 관측이다.
당초 청와대 내에서는 개각을 둘러싸고 두 갈래 흐름이 있었다.
하나는 국정쇄신과 정부 진용의 면모 일신을 위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 개각을 하자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특별한 개각 요인이 없다는 전제 아래 각 부처 업무보고가 끝나는 3월 중순경 개각을 단행하자는 것이었다.
두 갈래 기류 중 당초에는 ‘3월 개각론’이 힘을 얻었다. 특히 각종 비리의혹에 대한 검찰이나 특검의 수사를 마무리한 뒤 자연스럽게 김 대통령의 임기 말을 책임질 중립적 성격의 새 내각 출범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수석이 보물발굴사업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자 청와대의 기류가 뒤바뀌었다. 특히 조기 개각을 단행하기 위해서는 4일부터 시작되는 부처 업무보고 이전에는 시간이 없다는 점에서 이날 전격적인 개각예고 방침이 발표된 것으로 보인다.
이 수석에 대한 처리 문제도 개각을 앞당긴 요인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씨를 국가정보원에 소개해줬다는 사실만으로는 법적 책임을 지울 수 없는 만큼 이 수석을 개별 경질하는 일 자체가 김 대통령에게는 심적 부담으로 작용했을 법 하다.
이 때문에 김 대통령은 이 수석에게 개각이라는 ‘퇴로’를 열어줌으로써 자연스럽게 퇴진의 명분을 제공한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이 선택한 개각 카드가 임기 말 새 출발의 계기가 될 것인지 낙관하긴 어렵다. 아직 각종 게이트의 용광로가 끓고 있는 상황인 데다 혹시 내각 인선에 문제가 드러날 경우 또 다른 국정 난맥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