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 왜 앞당기나…청와대 ‘게이트’차단 고육책

  • 입력 2002년 1월 27일 18시 13분


곤혹 - 이기호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곤혹 - 이기호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7일 금주 중 전면개각 단행 방침을 전격적으로 밝힌 것은 각종 ‘게이트’로 어수선해진 국정 난맥의 고리를 끊고 새 출발을 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특히 ‘이용호 게이트’에 이기호(李起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의 관여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청와대로 불똥이 튀자 어떤 식으로든 ‘특단의 진화대책’이 필요했다는 것이 청와대 안팎의 관측이다.

당초 청와대 내에서는 개각을 둘러싸고 두 갈래 흐름이 있었다.

하나는 국정쇄신과 정부 진용의 면모 일신을 위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 개각을 하자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특별한 개각 요인이 없다는 전제 아래 각 부처 업무보고가 끝나는 3월 중순경 개각을 단행하자는 것이었다.

두 갈래 기류 중 당초에는 ‘3월 개각론’이 힘을 얻었다. 특히 각종 비리의혹에 대한 검찰이나 특검의 수사를 마무리한 뒤 자연스럽게 김 대통령의 임기 말을 책임질 중립적 성격의 새 내각 출범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수석이 보물발굴사업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자 청와대의 기류가 뒤바뀌었다. 특히 조기 개각을 단행하기 위해서는 4일부터 시작되는 부처 업무보고 이전에는 시간이 없다는 점에서 이날 전격적인 개각예고 방침이 발표된 것으로 보인다.

이 수석에 대한 처리 문제도 개각을 앞당긴 요인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씨를 국가정보원에 소개해줬다는 사실만으로는 법적 책임을 지울 수 없는 만큼 이 수석을 개별 경질하는 일 자체가 김 대통령에게는 심적 부담으로 작용했을 법 하다.

이 때문에 김 대통령은 이 수석에게 개각이라는 ‘퇴로’를 열어줌으로써 자연스럽게 퇴진의 명분을 제공한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이 선택한 개각 카드가 임기 말 새 출발의 계기가 될 것인지 낙관하긴 어렵다. 아직 각종 게이트의 용광로가 끓고 있는 상황인 데다 혹시 내각 인선에 문제가 드러날 경우 또 다른 국정 난맥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