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정가]벽시계 왜 고쳐…살다보면…혹 돈뭉치?

  • 입력 2001년 12월 28일 18시 11분


올해 정치권 분위기도 전반적으로 험악했다. 그러나 간혹 정치인들의 고뇌와 체취, 해학과 풍자가 묻어나는 일화도 적지 않았다.

동아일보 정치면의 ‘S&P(Smile & Politics)’는 그런 얘기들을 담아냈다. 하지만 정말로 정치권의 분위기가 살벌해지면 ‘S&P’는 뒷전으로 밀린 경우가 많았다.

동아일보에 소개된 S&P와 ‘못다 쓴’ S&P를 통해 지난 한 해 정치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벽시계 고장나도 안 고쳐’〓‘S&P’에 가장 많이 등장한 정치인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였다. 1월에는 “JP는 벽시계가 멈춰도 건전지를 갈아 끼우지 않는다. 그냥 두어도 하루에 두 번은 시간이 맞기 때문이다”며 그의 ‘기다리는 스타일’을 지적한 자민련 당직자의 발언, 2월에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느닷없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어깨를 주무른 사연 등이 실렸다.

이회창 총재도 단골손님이었다. 정치인 주가를 표시하는 포스닥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 이어 만년 2위였다가 4월2일 처음으로 1위에 올랐으나 하루 만에 자리를 내놓은 얘기가 소개됐다.

이 총재는 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수험생들에게 격려 e메일을 보냈다가 ‘이회창’을 교육부장관을 지낸 ‘이해찬’으로 잘못 읽은 학생들로부터 “교육정책이 오락가락해서 우리가 고생했다”는 항의 답신을 받기도 했다.

▽‘이제 수류탄만 남았다’〓언론사 세무조사 등을 둘러싸고 여야 간에 연일 거친 공방이 오가던 7월 어느 날,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의원은 국회 건강관리실에서 만난 한나라당의 대여(對與) 공격수 김만제(金滿堤) 정책위의장에게 “이제 총알이 다 떨어졌다면서요”라고 농담을 건넸다. 그러자 김 의장은 “남은 것은 수류탄”이라고 한 술 더 떴다.

야당의 계속된 공세로 곤경에 처한 민주당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회의 브리핑을 하다가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는 시구를 인용했다. 지금은 울지만 곧 웃을 날이 올 것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여야가 따로 없는 듯했다. 한나라당 이상득(李相得) 의원은 연초 한 모임에서 마이크를 잡고 “요즘 같은 때에 정치인들이 무슨 면목으로 인사를 하겠습니까”라며 연방 고개를 숙여 오히려 박수갈채를 받았다.

▽‘우리 사무실에도 돈뭉치가…’〓한나라당 김홍신(金洪信) 의원은 3월 자신의 국회의원회관 사무실 집기를 옮기다가 우연히 수억원짜리 국공채와 예금통장을 발견했다. 그는 수소문 끝에 수년 전 그 사무실을 썼던 전직 의원이 주인임을 알고 돌려줬다. 이 사실이 보도되자마자 사무실마다 대청소 바람이 불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가 국회 본회의에 지각한 몇몇 젊은 초선 의원들에게 “인마 빨리 들어가”라고 소리쳤다는 얘기가 보도된 뒤에는 “국민의 대표라는 사람들이 ‘인마’ 소리나 듣고 사느냐”는 질책이 쏟아졌다.

<송인수·윤종구·부형권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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