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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7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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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여야가 첨예하게 부닥치고 있는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 탄핵안 문제와 관련해서도 자민련의 행보가 정국 흐름을 절묘하게 뒤바꾸는 방향타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전개의 바탕에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의 불협화음이 깔려 있다. 9월 회동에서 2야(野) 공조를 다짐했던 JP와 이 총재의 관계는 10월 김용환(金龍煥) 강창희(姜昌熙) 의원이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부터 결정적으로 금이 갔다.
두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을 내년 지방선거에서 충청권의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속셈으로 받아들인 JP측은 ‘두고 보자’며 별렀던 게 사실. 교원정년 연장 법안 처리와 관련한 한나라당의 ‘U턴’에 대해서도 배신감을 느낀 JP측은 이번에 탄핵안 문제를 계기로 한나라당의 등에 비수를 꽂은 셈이다.
결국 공조를 다짐한 지 불과 두 달 남짓한 사이에 2야의 관계는 한나라당이 자민련을 향해 ‘사쿠라당’이라는 논평까지 준비했다가 취소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정치권에서는 2야간의 갈등대립관계가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는 돌이키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이날 당3역 회의 후 “40년 정치를 마감하는 JP의 마침표가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검찰총장 비호냐. 또다시 권력핵심으로 날아가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냐”며 JP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도 한나라당의 충격을 반영한 대목이다.
한편 자민련측은 일단 탄핵안 사태를 통해 ‘캐스팅 보트’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했다고 판단하고 이를 계기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독자적인 세력을 확보하는 데 당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명실상부한 ‘3당 체제’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정진석(鄭鎭碩) 대변인이 “우리는 종속변수가 아니라 독립변수”라며 “어느 쪽에 기대거나 따라가는 식으로 우리의 운명을 맡기는 일을 되풀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
일각에서는 2야의 분열을 DJP 공조복원과 연결시켜 점치는 시각도 없지 않으나 JP는 “너무 앞서가면 소화불량에 걸린다”며 한마디로 이를 일축했다. 실제 JP는 지난달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무역의 날 행사에 참석하려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계획을 취소하는 등 김 대통령과의 거리도 철저히 유지하고 있다.
<송인수·박성원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