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여당 아직 정신 못차렸다"

  • 입력 2001년 11월 14일 18시 37분


정치개혁특위 의견 조율
정치개혁특위 의견 조율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 후 대여(對與) 공세를 자제해 온 한나라당이 14일 김은성(金銀星) 국가정보원 2차장의 수뢰 의혹이 제기되자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이날 당무회의 개회선언을 한 뒤 곧바로 김 대통령에게 격려와 충고의 말을 함께 던졌다.

“김 대통령이 어제 광주에서 ‘과욕을 부리지 않고 경제회생에 주력하겠다’고 말한 것은 대통령으로서 적절한 태도이다. (김 대통령은) 정파적 이해에 좌우되지 않고 진실로 국민을 위해 국정을 마무리짓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아직 (각종 정국현안에 대한) 대책의 실마리가 잡히지 않고 있는데 모든 것이 잘되는 것 같은 환상을 가져선 안 된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인식은 당직자들의 말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은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를 긍정적으로만 봐선 안 된다. 민주당은 대권 주자들의 다툼으로 내홍(內訌)을 겪으며 표류하고 있다”며 이 총재의 말을 거들었다.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도 민주당과의 특별검사제 협상 진행 상황을 설명하면서 “민주당이 아직도 국정원이나 검찰을 보호해야 하는 단체나 조직으로 잘못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 당이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해 이용호 여운환 김형윤씨를 특검 수사 대상으로 하자고 요구했으나 민주당이 국정원과 검찰의 숨은 비리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이 중 전 국정원 경제단장이었던 김형윤씨는 빼자고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무는 기자간담회에서도 “김씨 사건을 제외하자는 것은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안다”며 “민주당이 김씨 사건의 제외를 계속 주장하면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과 신건(辛建) 국정원장의 책임 문제까지 본격 제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민주당 한광옥(韓光玉) 대표가 비리의혹을 철저히 파헤치겠다고 공언해놓고 다른 행동을 보이고 있다”며 “민주당이 사술을 부리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비난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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