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와 '일전불사' 조짐…여, 당정개편 역풍 새 양상

  • 입력 2001년 9월 9일 16시 58분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 유임과 한광옥(韓光玉) 당대표 내정에 대한 민주당 내 반발이 이 총리와 한 대표내정자의 사퇴론과 동교동계 해체론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동교동계 해체론〓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은 9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인선 잘못’ 책임을 거론하면서 동교동계 해체를 주장하고 나섰다.

김 최고위원은 “당 위에 군림하는 특정계보가 당을 좌지우지하고 있고, 이번 대표 인선 과정에서도 이 계보에 속한 사람들만 실제로 거론됐다”며 “이 계보가 아니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당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성호(金成鎬) 이호웅(李浩雄) 정범구(鄭範九) 의원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탈당은 하지 말고 (쇄신운동을) 함께 하자”고 설득했고, 5월 정풍(整風)운동을 주도한 일부 재선의원들에게는 “정풍운동이 계속돼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은 “(이번 인사가)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하고 잘 안된 일인 줄 알면서 박수치고 넘어가는 것은 땅바닥으로 추락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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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은 철회〓‘탈당 불사’를 외쳤던 김성호 의원을 비롯한 3명은 당 지도부의 만류에 따라 탈당 의사를 철회했다.

김 의원은 “전날 최고위원회의가 초선의원들의 요구사항을 가감없이 수용, 이제는 당도 청와대의 결정에 노(No)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최고위원들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초선의원 모임인 ‘새벽21’ 소속 의원 9명은 이날 모임에서 △김 의원 등의 탈당불사 의사 철회 △당 지도부의 정치적 비전 제시 △당대표 내정자의 자진사퇴 △‘국민과 함께’ 하는 개혁과 쇄신 등 4개항 요구를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당무회의 고비〓한광옥 대표 지명자 인준을 위한 10일 당무회의가 당내 갈등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당직자는 “10일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되고 여야 영수회담도 곧 있을 것이기 때문에, 갈등이 증폭되기보다는 잠복할 가능성이 더 크다”며 “당무회의가 격론을 통해 갈등을 일단 마무리하는 장이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그는 “당 총재가 지명한 대표를 인준하면서 표결에 부친 전례가 없었고, 표결 시 후유증이 매우 크다는 점을 당무위원들도 고려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반면 당내 일각에서는 “공개적인 반발은 자제하고 있지만 한광옥 대표 지명에 대한 반대론이 만만치 않다”며 “당무회의에서 표결로라도 인준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문철·윤영찬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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