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출신 산하단체장들 좌불안석]공중에 뜬 '낙하산'

  • 입력 2001년 9월 5일 18시 49분


DJP공조 파기 이후 자민련 출신 정부 산하단체장 및 임원들이 불안한 입지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 공조파기로 자리를 유지할 명분이 약해진 만큼 최악의 경우 민주당이 ‘퇴거’를 요구하거나 친정인 자민련이 ‘철수’ 명령을 내릴 경우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동정부에서 ‘나눠먹기’ ‘낙하산인사’ 논란 속에 대한주택공사, 한국토지공사 등 10여개 산하단체의 장이나 임원에 임명된 된 자민련 출신인사는 현재 16명.

양당 분위기로 볼 때 당장 이들이 정리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양당이 공조 파기를 선언했던 지난해 총선 때도 자민련 몫 산하단체장직은 그대로 유지됐던 전례가 있기 때문.

이들 단체장은 통일부장관 해임건의안 가결 이후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쪽에 전화를 걸어 “자민련 출신 장관도 사퇴서를 내는 상황인데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JP의 뜻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련 출신 주요 정부산하단체장 및 임원
이름직책주요 경력
권해옥대한주택공사 사장전 의원
구천서산업인력관리공단 이사장전 의원
이태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전 의원
이정무한국체육대 총장전 의원
이긍규방송위원회 상임위원전 의원
정해주진주산업대 총장전 국무조정실장
허노중한국증권전산 사장전 자민련 전문위원
홍재억88관광개발 대표전 자민련 중앙당후원회 부회장
박경훈자원재생공사 전무전 자민련 부대변인

이에 대해 JP는 5일 일본 방문을 위해 출국하기 직전 인천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런 전화를 받아본 일이 없다. 구천서(具天書) 산업인력관리공단이사장이 찾아와 곧 국제기능올림픽을 담당한다고 하기에 차질 없이 국제적 대사를 치러주기 바란다고 격려해줬다”고 말했다.

이양희(李良熙) 사무총장도 “그 문제에 대한 당내 논의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JP나 자민련이 이들을 서둘러 철수시킬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는 예다.

자민련 출신인 권해옥(權海玉) 주택공사사장도 “사장 자리는 사장추천위에서 추천해 이사회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임기가 보장된 자리인 만큼 정무직인 국무위원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칼자루를 쥔 여권도 간단히 처리하기는 힘든 문제로 보는 듯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들도 임기가 있는데 매몰차게 몰아낼 수도 없지 않느냐”며 “사퇴시킬 경우 결국 자민련과 ‘나눠먹기’를 했다는 걸 자인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중진의원들은 대부분 자민련을 끌어안아야 하므로 산하단체장 문제로 자민련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쪽이나 초재선 의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철·박성원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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