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임동원장관 자진사퇴 촉구…2여 공조 중대 기로

  • 입력 2001년 8월 29일 17시 43분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가 29일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나섬으로써 DJP 공조는 다시 한 번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됐다. 임 장관 자진사퇴 촉구가 JP의 진의 라면 이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선택만 남아 있는 상황이나, 어떤 선택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민련의 이완구(李完九) 원내총무가 이날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정책연합 3당 국정협의회 직전 이제 공은 청와대로 넘어갔다 고 말한 것도 이를 의식한 것. 그러나 청와대 참모들은 JP의 진의를 탐색하면서, 30일 자민련의 의원·당무위원 연찬회가 끝난 뒤 극적인 상황 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DJP 공조 관련일지
97.11 DJP 후보단일화 및 99년 말까지 내각제 개헌 선언
98.2 JP 공동 정부 초대 총리에 지명됨
99.6 DJP 회동, JP 내각제적 총리 보장
99.7 DJP 회동, 내각제 개헌 유보 합의
2000.1
2
7
12
시민단체 낙천운동 자민련 음모론 제기
JP 총리직 사퇴, 공동정부 철수
교섭단체 완화 국회법 개정안 날치기
민주당 의원 자민련 입당, 자민련 교섭단체 구성
2001.1
3
8
DJP 회동 통한 공조 복원 선언
‘3·26’ 개각, 자민련 입각
오장섭 건교부 장관 경질

▽DJ의 선택=청와대 관계자들은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여전히 잘 될 것이다 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는 현재로서는 뾰족한 타개책이 없음을 자인하는 얘기일 수도 있다. 실제로 김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우선 야당의 집요한 공세에도 불구하고 임 장관을 껴안아 온 김 대통령이 JP의 사퇴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은 사실상 백기 투항 이나 다름 없어, 임기 후반 국정 운영에 중대한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공동여당 간 사전 조율 없이 해임건의안 표결로 직행하는 것은 가결이든 부결이든 결과에 관계 없아 사실상 DJP 공조 파기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이들의 분석.

이들이 공조를 부수지는 않는다 는 JP의 말에 무게를 두면서 자민련 연찬회 이후에 이뤄질 DJP 회동에서 양쪽 모두의 명분과 자존심을 살릴 수 있는 절충안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기대하고 있는 것도 두 갈래 선택에 내재된 치명적인 위험성 때문이다.

이들이 가정하는 절충안 중에는 임 장관만 문책하는 형식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임 장관을 포함한 소폭의 개각을 단행하는 방안도 있다. 일종의 끼워넣기 문책, 물타기 개각 인 셈이다.

하지만 박준영(朴峻瑩) 대통령공보수석은 JP의 요구가 있기 바로 전날인 28일 당정개편은 없다 고 못을 박다시피 했다. 여기에는 임동원 딜레마 를 해결하기 위해 개각카드를 사용하다가는 자칫 당정개편론을 부추길 우려가 크고, 그러다보면 당정개편을 둘러싼 당과 청와대간의 갈등이 더 한층 깊어질 지도 모른다는 게 청와대의 고민이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JP도 개각 형식의 임 장관 경질 얘기에 대해 누가 그런 얘기를 하느냐 며 오히려 화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결국 해임건의안 표결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청와대 내에도 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어차피 야당이 해임건의안을 제출해 놓은 상황이고, JP의 사퇴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나 해임건의안이 가결되는 것이나 밀리기는 마찬가지 아니냐 고 강경론을 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유투표를 거론하면서 자민련에 협조요청을 하지 않고 말 그대로 자유투표에 부치면 JP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JP는 어디까지 가나=28일까지만 해도 중용(中庸) 을 언급하던 JP가 공개적으로 임 장관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것에 대해 이완구 총무는 자민련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공조를 깨지 않는 선에서 가장 합리적으로 이 문제를 처리하자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와는 달리 JP가 당내 상황, 즉 소속의원 단속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직접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자세를 취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다. 공조를 약속했는데도, 정작 표결 때 자민련 의원들이 한나라당 편에 가세해 찬성표를 던지는 사태가 발생하면 JP의 리더십도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고위당직자도 표결까지 가게 되면 자민련 의원들이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당내 분위기를 명예총재도 잘 알고 있다 면서 이 문제로 표결까지 가서 표결에 참여하니 안하니, 공조를 하느니 마느니 하는 부담스럽고 곤혹스런 상황을 서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고 말했다.

또 30일 당론결정을 위한 의원 당무위원 연찬회를 앞두고 있는데, 소속 의원들의 강경기류와 달리 JP가 이미 청와대측과 막후타협을 한 것 처럼 비칠 경우 지난해 검찰총장 탄핵안 파동 때처럼 당내에서 통제불능 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한 것 같다.

<김창혁 윤승모 박성원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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