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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8월 1일 1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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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고시의 여성 합격자수가 급증하고 있다. 90년대 중반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오더니 올해에는 전체 합격자 30명 중 11명이 여성으로 사상 처음으로 10명을 넘어섰다. 남녀 비율로 따지면 36.7%.
외교관은 해외 근무, 특히 오지 근무 때문에 여성이 좀처럼 도전하기 힘든 공직으로 인식돼 왔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TV 사극 여인천하 처럼 외교부에도 여인 천하 시대가 열릴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여성 합격자는 78년 외시 12회 때 처음 한 명이 나왔다. 그 뒤 몇해를 건너뛰다가 84, 85, 88, 89, 90년에 다시 한 명씩의 여성 합격자가 나왔다. 여성 합격자는 97년부터 크게 늘기 시작했다. 그해 45명의 합격자 중 9명이(20%) 여성이었고, 99년에는 20명 중 6명(30%)이 여성이었다.
올해 합격자를 포함한 외교부의 5급(사무관)이상 여성 외교관은 외시 출신 56명, 특채 출신 8명 등 총 64명. 이는 전체 외교관 1161명의 5.5%에 불과하지만 지금과 같은 증가세라면 비율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합격해 연수 중인 이지윤(李知胤·24)씨는 "결혼문제가 걱정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것이 직업외교관에 대한 내 꿈을 꺾을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여성 합격자가 느는 것은 여성의 공직 진출 증가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여성이 어학에서 더 강하고, 군복무를 해야 하는 남자들에 비해 중단 없이 시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여성 외교관이 많아지면서 외교관 커플도 늘고 있다. 19일 결혼식을 올리는 94년 입사 동기 이병도(李炳道·31) 김은영(金恩英·31·여) 사무관 커플이 6호째이고, 그 외에도 예비 커플 이 적지 않다고 한 관계자가 귀띔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