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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2월 26일 1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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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군포로나 납북자가 없다고 주장해온 북한은 2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지난해 11월30일∼12월2일)에 이어 이번 3차 상봉에서도 의거월북자 라는 명패을 달아 이산가족 교환방문에 납북자를 하나 둘씩 내세우기 시작하는 등 변화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KAL)기 승무원으로 69년 납북된 성경희씨는 26일 평양을 방문한 어머니 이후덕씨(77)를 만났다. 2차 상봉 때는 김삼례씨(73)가 87년 납북된 동진호의 갑판장이던 아들 강희근씨(49)를 만났었다.
북한의 이같은 태도는 납북자나 국군포로를 넓은 의미의 이산가족 으로 해결하겠다는 남측 의사를 북측도 묵시적으로 받아들인 듯한 느낌을 준다.
문제는 이같은 편법 이 납북자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정식으로 북측에 송환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납북자 가족들의 거센 반발에 있다.
납북자가족협의회 최우영(崔祐英·여)회장은 이산가족 상봉단 100명에 한 두명씩 끼워넣는 형식으로 이뤄지는 납북자가족 문제 해결을 원치 않는다 며 납북자 가족마다 헤어진 사연이 다른 만큼 일괄적인 생사확인을 한 뒤에 상봉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또 남측은 비전향장기수 전원을 지난해 9월 2일 북에 보냈다는 점에 비춰볼 때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명지대 이동복(李東馥·북한학과)객원교수는 북한에서 남측 가족을 상봉한 납북자들은 납치된게 아니라 월북했다고 말함으로써 납북자 문제를 희석시키는 동시에 북한의 비행(非行)을 원천적으로 덮어주는 결과를 낳았다 며 납북자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아닌 이같은 방식은 차라리 안하는게 낫다 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는 북측이 납북자나 국군포로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통한 납북자문제 접근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입장이어서 앞으로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