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정상화 합의]민심 눈총 의식 "일단 장내로"

입력 2001-01-27 18:30수정 2009-09-2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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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총무가 27일 국회 정상화에 합의한뒤 악수하고 있다.
여야가 27일 국회정상화 일정에 합의함으로써 정치의 장(場)이 일단 원내로 옮겨졌으나, 국회정상화가 곧바로 정국정상화로 이어질 것으로 속단하기는 어렵다.

전격적인 국회정상화 합의는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 사건과 ‘의원 꿔주기’ 등을 둘러싸고 작년 말부터 지루하게 끌어온 정쟁(政爭)에 대한 민심의 따가운 눈초리를 일단 모면해보려는 여야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측면도 없지 않다.

국회정상화 합의 직후 3당 원내총무들은 모처럼 “정쟁은 이제 지긋지긋하다는 것이 민심인 만큼 그야말로민생을 살피고 경제 회생에 주력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한나라당이 국회정상화 합의에 응한 것은 최근 장고(長考)를 거듭해 온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정국 구상이 큰 가닥을 잡아가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정국에 미칠 영향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특히 이총재가 26일 당 지도위원, 부총재 및 당3역을 잇따라 만난 직후 국회정상화 합의가 이뤄진 점으로 미뤄볼 때, 이총재가 경제 민생현안과 정치현안을 분리 대처하기로 마음을 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이총재의 주변인사들도 대체로 이총재에게 “대통령선거까지는 아직 많이 남아있는데 투쟁 일변도로 나갈 이유가 없다. 국민을 보고 하는 정치를 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총재의 한 측근은 “이총재는 작년 말부터 여권의 범실에 따른 반사이익이 아니라, ‘긍정적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해왔으나 ‘안기부 돈’ 사건 등 돌발변수 때문에 잠시 주춤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한나라당과의 물밑접촉에 간여했던 여권의 한 핵심인사도 “이번 사건의 성격이 워낙 명확해 이총재가 ‘명분없는 싸움’을 더 이상 계속할 수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해 대치정국에 모종의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여권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앞둔 상황에서 국내정치를 마냥 ‘살얼음판’으로 방치해 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들은 이총재 측근들에게 ‘안기부 돈’ 사건 수사가 결코 ‘이회창 죽이기’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오해’를 푸는 데 주력했다는 후문이다. 한 관계자는 “국회에 들어와서도 얼마든지 대여공세를 취할 수 있지 않느냐는 메시지도 한나라당쪽에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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