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대북송금 인하요구 배경]2년새 3000억 적자

  • 입력 2000년 12월 25일 23시 53분


현대가 북한 아태평화위원회측에 금강산 사업 대가금을 줄여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른 것은 이 사업의 적자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객, 목표의 36%밖에 안돼〓현대 아산 관계자는 “금강산사업은 관광객이 한해 50만명이 넘어야 겨우 적자를 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시작한 지 2년이 된 12월 25일 기준으로 연인원이 36만명에 그쳐 심각한 적자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자신들이 약속한 해상호텔 건설과 골프장 건설 등 기타 사업에 대해서는 계속 함구하고 있어 현대의 금강산사업을 깊은 적자수렁에 빠뜨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는 98년 11월부터 금강산 관광사업을 시작한 후 6월까지 총 수입은 1억6920만달러, 지출은 3억7557만 달러로 2억637만달러(약 286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북한에 제공한 관광요금이 2억달러를 넘어 적자의 주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업시작 2년 만에 3000억원 적자〓금강산 사업은 처음부터 적자가 불가피했다. 관광객 1인당 200달러를 북한에 지급키로 하는 등 2005년초까지 9억4200만달러를 지급키로 약속했기 때문. 1인당 관광요금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을 북한에 지불해야 하니 관광객이 늘어날수록 손해가 늘어나는 구조적인 문제를 항상 떠안아 왔다. 현대가 금강산 공연장 등 시설투자한 액수만도 지난 상반기 기준으로 1억2000만달러(1500억원선)에 달한다.

▽현대 유동성위기 현대아산으로 번져〓금강산 사업을 관할하고 있는 현대아산 역시 자금사정이 넉넉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이 사실상 ‘현대우산’을 떠난 상태에서 정몽헌 회장만으로 자금난을 극복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현재 현대상선이 선박운영을, 현대아산이 금강산 온천 및 공연장 등 금강산 관광의 전반적인 운영을 맡고 있다. 현대 고위관계자는 “금강산 카지노 사업은 지난해부터 정부측에 줄곧 요청해온 일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며 “금강산으로 취항하는 관광선이 내항면허라는 한가지 이유만으로 카지노 허가가 나지 않는 것은 금강산 사업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동원기자>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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