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김중권 새대표 시국관]"국민 고통감수를"

  • 입력 2000년 12월 19일 19시 20분


민주당의 김중권(金重權)신임대표는 어떤 시국인식을 갖고 집권당을 이끌어갈까. 14일 밤 KBS 1TV의 ‘길종섭의 쟁점토론―국정쇄신, 민심은 무엇인가’라는 프로에 출연했던 김대표의 발언을 통해 그의 인식과 문제점을 짚어본다.

그 날 토론에서 김대표는 ‘DJ식 논리’만 시종 되풀이해 ‘인식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을 받았다.

당 안팎엔 과연 그가 국가운영에 대한 나름의 비전과 철학을 가지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진언할 수 있는 대표가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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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진단〓김대표는 일단 “‘8·30’ 전당대회 이후 전국을 다니면서 모든 국민이 힘들어 하는 것을 보고 죄송하고 송구한 마음”이라며 민심의 심각성을 인정하면서도 “위기라는 지적에는 견해를 달리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라는 표현조차 쓰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오히려 “대통령이 상황인식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며 ‘고통감수’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또 “개혁은 기본적으로 인기가 없는 것”이라며 인기도 저하의 원인을 개혁에 돌렸다.

불과 이틀 전에 자신과 함께 민생현장을 탐방한 당시 서영훈(徐英勳)대표의 입에서마저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는 탄식이 나온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김대표는 김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그는 “김대통령은 독선적이거나 독단적이지 않다. 대통령 나름대로 열심히 하다 보니 대통령이 모든 것에 전권을 행사하는 것처럼 인식됐다”고 말했다.

따라서 당내 초재선의원들조차 ‘대통령의 민심수렴 시스템과 스타일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강하게 제기해온 최근의 상황에 비해 지나치게 ‘현직 대통령비서실장’같은 옹호론으로 일관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는 나아가 “언론은 대통령이 다 한다고 비판하다가, 가만히 있으면 대통령이 나서라고 한다”며 세간의 부정적 여론을 언론 탓으로 돌렸다.

▽집권당 역할론〓김대표는 “위기 위에 그냥 주저앉아 있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며 당이 정치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과연 김중권대표 체제의 민주당이 자율성을 갖고 책임정치를 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당내에서부터 회의론이 많다.

김대표 체제는 전임 서영훈대표 체제보다 훨씬 더 ‘친위적 색채’를 띠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토론에서의 그의 발언 내용도 전날 청와대 등으로부터 제공받은 ‘토론자료’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공적자금 문제 및 대야관〓김대표는 150조원을 쏟아 붓게 된 공적자금 문제와 관련해서도 상황론으로 일관했다. 그는 특히 “공적자금이 늘어난 데에는 야당이 처리를 자꾸 늦춘 데에도 원인이 일부 있다. 그러나 야당은 만년야당이 아니다. 언젠가 여당이 된다. 아무 얘기나 막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이 “IMF 직전 야당이 정부여당의 노동법개정안 처리와 기아사태 해결을 막는 등 발목을 잡았다”고 말한 것과 비슷한 인식을 보여준 셈이다. 한나라당은 당장 “야당을 ‘발목 잡는 세력’쯤으로 말하는 게 상생의 정치냐”고 비판했다.

<박성원기자>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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