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이산상봉]'100인만의 잔치' 언제까지

  • 입력 2000년 12월 1일 19시 51분


유두희 할머니가 아들이 차린 '백돌상'을 받고있다
유두희 할머니가 아들이 차린 '백돌상'을 받고있다
“왜 다른 방법은 없는 겁니까. 내 돈 들여서라도 가는 방법이 없을까요.”(맹석구·83·서울 중랑구 중화동)

“처음에는 이름이 들어있기에 갈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적십자사에서 못 간다는 거야.”(박광민·82·서울 송파구 거여동)

2차 이산가족상봉 후보자 200명 가운데 최종 탈락자들이 현재 진행중인 2차 상봉장면을 지켜보는 한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대부분 70∼90대인 이들은 기대가 한껏 부풀어 올랐기 때문인지 더 큰 시름에 잠겨 있다.

두 차례의 이산가족 상봉이 극히 제한된 인원에 한해서만, 그것도 다음 상봉이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불안한 이벤트’ 행사가 되면서 대다수 이산가족에겐 상봉행사가 ‘그들만의 잔치’로 보일 수밖에 없는 것.

요즘 대한적십자사엔 이런 하소연과 항의, 나아가 분노가 담긴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한적 남북교류팀 관계자는 “북한출신 또는 방북신청 탈락자들이 ‘왜 나는 못가느냐’고 호소하는 전화가 연일 쏟아진다”며 “매일 걸려오는 수백통의 전화 대부분이 이런 항의전화”라고 전했다.

‘바늘구멍’같은 상봉기회를 누린 이산가족들도 아픔은 마찬가지. ‘너무 짧은 만남으로 끝나버리면…’이라는 불안감이 앞서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북에서 온 동생을 만난 김소백씨(70·경북 포항시)는 “이렇게 한번보고 말아야 한다니 가슴이 미어진다”며 “앞으로 소식이라도 주고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정부는 13일로 예정된 제3차 남북 적십자회담 등에서 이산가족 상봉의 제도화 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

하지만 2차 상봉과정에서 나타난 북측의 태도로 봐선 비관적인 전망이 앞선다.

남측은 기회있을 때마다 △생사확인 △서신교환 △면회소설치 등 상봉절차와 방법의 다양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북측의 반응은 냉담하다. 오히려 북측 관계자들은 두 차례 교환방문이 ‘장군님의 따뜻한 조치’임을 강조하며 “일부에서 방문단 교환사업에 제동을 거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남측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최근 정부의 대북정책 ‘저자세’ 논란과 맞물리며 우리 사회에 냉소적인 기류를 확산시키고 있다. 한 정치학자는 “북측의 ‘시혜’차원에서 이뤄지는 이산가족 행사는 오래 갈 수 없고 결국 북측에 놀아나는 꼴이 되고 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교환방문 형식의 ‘고비용 저효율’ 상봉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림대 전상인(全相仁·사회학)교수는 “북측이 안심하고 내려보낼 수 있는 명망가 이산가족이 그리 많지 않아 교환방문은 10번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며 “생사확인 서신교환 전화통화 등 ‘저강도 교류’를 앞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철희·이동영·김승진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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