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없이 끝난 北-日협상]北 "과거 보상하라" 강경

  • 입력 2000년 11월 1일 19시 34분


지난달 30, 31일 이틀 동안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제11차 북일 수교교섭은 ‘흉작’으로 끝났다. 다음 회담 일정도 잡지 못했다. 양측은 회담 결렬 7년 반 만에 회담을 재개한 뒤 4월과 8월 두 차례 ‘전초전’을 치렀다. 이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는 뭔가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런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수교회담의 최대 쟁점은 과거 청산. 북한은 ‘보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일본은 북한과 교전한 적이 없기 때문에 보상 요구에는 응할 수가 없다며 경제협력 방식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65년 한일협약 체결 당시의 경협 방식을 자세히 설명했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8월 회담 당시 넌지시 이 방안을 비쳤을 때 반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본측은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예상 외로 강경했다. 이 방안을 거부하고 계속해서 ‘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으로부터 받을 돈의 액수는 같을지 모르지만 ‘명분’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경협 방식밖에 ‘카드’를 준비하지 못한 일본측은 당황했고 협상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일본인 납치의혹에 대해서도 북한은 ‘그런 사실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일본측은 행방불명자로서 조사를 하고 있는 북한적십자사측이 설명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11월 중 양국 적십자사 회담을 제안했다. 북한측은 확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강경하게 나오는 것은 남북관계 해빙과 북―미회담의 진전, 유럽 각국의 잇따른 수교 요청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을 초조하게 만들어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국내에서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 강해지고 있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관방장관은 1일 정례기자회견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뭐가 진전이냐”는 끈질긴 질문공세에 시달리다 결국 “회담 내용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두 손을 들었다.

북한의 양보를 기대하며 쌀 50만t을 지원키로 한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의 지도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여성 스캔들로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전관방장관이 물러나고 본인의 ‘피랍 일본인 제3국 발견 방안’으로 곤궁에 빠진 모리 총리는 더욱 난처하게 됐다. 이번 회담 결과는 북한측 요청으로 공표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렇지만 실무협상에 임하는 양측의 의견 차가 매우 크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얼마나 빨리 회담이 재개되느냐가 앞으로의 회담 분위기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 같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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