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 말 꺼내지도 말라" 서영훈대표 금언령

  • 입력 2000년 9월 4일 23시 13분


"더이상 '동교동'이니, '양갑(兩甲)'이니 하는 말은 하지 말라."

'8·30' 전당대회에서 유임된 뒤 "내 목소리를 내겠다"고 의욕을 보여온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가 4일 최고위원회에서 공개적으로 이같은 '금언령'을 내렸다. "민주당은 전국정당인데 특정 계파가 부각되는 것은 도움이 안된다"는 취지였다.

서대표는 이날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동교동 사람들이 과거 고생한 것은 알지만, 지금은 국민들이 싫어한다"며 "이 당이 '동교동 당'이라면, 나같은 사람들은 괜히 앉아있는 거냐"고 말하기도 했다.

서대표는 경선 후 두 번째로 소집된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과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은 각각 자신의 좌우에 지정해 앉도록 하고 다른 최고위원들은 자리를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했다. 이날 자리배치는 한, 권 최고위원 및 동교동계에 대한 무언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서대표는 나아가 "차기 대통령후보 문제와 관련해 저쪽(한나라당)은 정해져 있는데 우리 쪽은 사람이 없다. 이제부터 천하의 인재를 찾아 그중 제일 좋은 사람을 우리가 만들어낼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서대표는 이에 앞서 한, 권 최고위원과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을 별도로 만나 "동교동계의 갈등에 대해서는 물론 '동교동계가 화합해야 한다'는 식의 얘기조차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대표실 주변에선 "서로들 맨날 형님 동생하는데, 당이 무슨 사조직이냐. 그런 얘기는 친목 모임에서나 하는 소리"라며 동교동계를 비난하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제는 서대표가 당을 본격 관리해야 한다는 게 대표실 관계자들의 얘기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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