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장외집회 성토 물결]"국민 무시 정권 심판을"

  • 입력 2000년 9월 4일 18시 55분


‘선거비용 실사개입 의혹사건’으로 촉발된 여야 대치정국이 결국 4일 한나라당의 대규모 장외집회로 폭발했다. 한나라당의 장외집회는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행사장엔 ‘근조 국민의 정부’라고 쓴 것을 포함해 ‘DJ정권 끝나기를 와신상담 기다린다’‘남파간첩 북송하고 국군포로 방치하는 이 정권을 심판하자’고 쓴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렸다. 행사 도중엔 ‘박지원을 구속하라’‘못살겠다 갈아보자’‘심판 DJ정권’ 등의 구호가 계속 이어졌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시종 비장한 목소리로 현정부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강하게 성토했다. 이총재는 “정부는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의약분업을 실시해 환자들만 골탕먹고 있고,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간첩질로 사람을 죽이고 납치하고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려 했던 사람들을 북송하면서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은 왜 강력히 요구하지 못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총재는 또 “김대통령은 어제 TV에서 국군포로와 납북자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했는데, 하려고 했다면 6·15선언에 포함시켜야 했다”며 “김대통령에게 충고하는데, 말로만 넘기려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이라”고 말했다.

최병렬(崔秉烈)부총재는 “만약 김대통령이 야당총재 시절 선거비용 실사 개입의혹 사건이 일어났다면 온 나라가 뒤집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명환(朴明煥)의원은 현정권을 ‘태어나서는 안될 정권’이라고 규정한 뒤 “현정권의 ‘패악 패륜적’ 행동과 국정운영 혼선파탄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박관용(朴寬用)의원은 “우리 사회에 위기의 빨간불이 켜지고 있는데도 대통령은 ‘통일대통령’, 노벨평화상의 단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더니 잘못된 정권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날 집회에는 한나라당 소속의원 133명 중 외유 등의 사유로 불참한 의원들을 제외한 12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집회가 끝난 뒤 부평역까지 도보행진하면서 부정선거 및 검찰의 편파수사를 성토하는 구호를 외쳤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서영훈(徐英勳)대표 주재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추경예산안 등 산적한 민생법안과 현안을 뒤로 한 채 장외로 나가는 것에 대해 우려를 금치 못한다”고 야당의 장외집회를 비난했다.

<인천〓공종식·선대인기자>k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