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확인 표정]"정말 만나나?" 환호…눈물…

  • 입력 2000년 7월 17일 18시 44분


북한측의 8·15 이산가족 상봉 희망자 200명의 명단이 공개되자 대한적십자와 통일부에는 17일 많은 이산가족들이 직접 찾아오거나 전화를 걸어 자신들이 북의 가족이 찾고 있는 그 대상자라고 신고했다. 한(恨)의 세월이 길었기에 이들이 털어놓은 사연도 길기만 했다.

○…이날 오전 한적 사무실에는 KBS아나운서 출신 이지연씨(53)가 찾아와 6·25전쟁 당시 헤어졌던 오빠 이내성씨(68)의 사진을 확인하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지연씨는 83년 KBS의 남북이산가족찾기 생방송을 진행했던 아나운서.

이씨는 “51년 6·25전쟁 당시 전북 이리농고 학생이었던 오빠가 북쪽 의용군으로 끌려간 뒤 가족과의 연락이 끊어졌다”고 소개하고 이후 거제 포로수용소를 거쳐 일본으로 갔던 오빠에게서 온 편지에는 “걱정말고 돌아갈 때까지 모두 건강해라. 막내 지연이가 제일 보고 싶다”고 씌어있었다며 울먹였다.

○…월북한 둘째형 김규서씨(64)를 확인하러 온 시화씨(62)는 그동안 월북자 가족이라 한번도 이산가족 상봉신청을 하지 못했다며 울분을 토로. 시화씨는 “6·25전쟁 당시 인민군의 빠른 남하로 아무도 피란을 가지 못해 면장이었던 아버지 등 가족은 인민군에 협조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1·4후퇴 때 아버지 김두용씨(94)와 둘째 형 규서씨 등 5명은 국군의 보복을 피해 월북한 뒤 지금껏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소개.

○…죽었다고 생각한 형 문병칠씨(68)가 이번 북측 명단에 있다는 소식을 들은 동생 병호씨(63)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병호씨는 “형이 의용군으로 끌려가 총에 맞아 죽는 걸 봤다는 친구의 말에 20여년 전부터 절에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왔다”며 “병드신 어머니가 형님이 살아 있다는 소식에 오히려 충격을 받을 것 같아 아직 말씀드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민군이었던 오빠 백기택씨(68)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복화씨(57)는 자신의 이름이 찾는 사람 중에 없는 것을 보고 “북한의 오빠는 내가 죽은 줄 안다”며 울먹였다. 복화씨는 “이번에 상봉신청을 했지만 나이가 적어 200명 안에 포함되지 못했는데 오빠가 찾아주니 너무 고맙다”며 눈물.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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