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全大]金대통령 "黨대표는 성적順 아니다"

  • 입력 2000년 7월 9일 18시 32분


7일 민주당 의원들의 청와대 만찬을 계기로 8월30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의 성격이 보다 확실해졌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만찬에서 한 발언들을 종합해 보면 전당대회와 이후 지도 체제의 구성 및 후계 구도에 대한 몇 가지 구상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우선 “이번 최고위원 경선은 당권이나 대권과 관계가 없다”고 못박음으로써 현재와 같은 ‘관리형 또는 중립형 대표체제’를 계속 유지할 뜻을 강력히 시사했다. 그동안 당내 일각에서 제기됐던 ‘경선 최다득표자 대표론’ 등은 고려치 않고 있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표를 너무 많이 얻으려 하지 말라”는 말도 같은 의미로 이해됐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물론 잠재적인 당권 및 대권 후보들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경선 조기 과열과 혼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뜻도 들어 있다.

김대통령의 말대로라면 8월 전당대회에서 서영훈(徐英勳)대표가 유임될 가능성은 그만큼 커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 서대표가 유임되지 않는다고 해도 차기 대권 경쟁에 관심이 없는 지명직 최고위원들 중에서 대표가 나올 수도 있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

김대통령이 경선 불출마 선언을 한 권노갑(權魯甲)상임고문에 대해 “당의 단합을 위해 고심 끝에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고 위로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

김대통령은 당권이나 대권과 관련한 전당대회 시기를 ‘2002년 1월경’으로 제시했다. 이같은 시간표에는 ‘적어도 내년 말까지는 남북관계의 변화와 경제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만큼 레임덕의 위험이 뒤따르는 후계 구도 가시화는 17대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2002년에야 가능하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해석들이다.

이렇게 보면 8월 전당대회는 대권 후보군의 부상보다는 기존 지도부의 ‘보완’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구상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차피 경선이 벌어지면 후보들이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일텐데 김대통령이 주문하는 ‘적절한 수준의 경쟁’이 먹혀들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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