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미리보는 첫 모습/건강-저서등 주제 환담

  • 입력 2000년 4월 10일 19시 44분


6월12∼14일 평양에서 열릴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역사적인 첫 남북 정상회담은 어떤 모습으로 진행될까.

김대통령은 아마 회담장 입구까지 마중 나와 있을 김위원장과 반갑게 악수를 나누면서 남북 화해 분위기를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김일성(金日成)전주석이 그 자리에 있다면 김대통령의 손을 잡아 당겨 포옹하는 등의 보다 극적인 장면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두 정상의 평소 성격으로 볼 때 이번에는 가볍게 손을 맞잡는 정도에 그칠 것 같다.

김대통령은 대신 형식적인 내용보다 소박한 대화를 나누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김위원장에 대한 개인적 인상을 전하거나, 아니면 김위원장이 그동안 여러 권의 저서를 펴낸 문화 예술 분야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김대통령은 실제로 다른 외국 정상들과 만날 때도 이렇게 상대가 원하는 화제를 언급하면서 대화를 풀어나갔다.

청와대의 한 비서관은 10일 “김대통령은 여러 정상회담에서 개인 신상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서로 친구가 되려 한다”고 전했다.

공식 대화는 물론 앞으로 진행될 남북 실무진 협의에서 사전 조율되겠지만 이 자리에서도 두 정상은 형식에 구애 받지 않는 대화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의 의미가 구체적인 결과보다 회담 그 자체에 있는 만큼 두 정상 모두 민족화해 분위기 조성에 보다 신경을 쓸 것이기 때문이다.

김대통령보다 18세 연하인 김위원장은 시종 깍듯이 존칭을 사용하며 김대통령을 예우할 것으로 보인다.

정주영(鄭周永)현대그룹명예회장을 만났을 때처럼 건강 등을 화제 삼으며 자연스럽게 김대통령을 어른으로 모시는 자세를 취할 가능성도 높다.

식사는 어떤 메뉴로 결정될지 모르지만 모든 음식을 두루 잘 드는 김대통령은 어떤 음식이 나와도 한 그릇 너끈히 비울 것으로 보인다.

간단한 반주도 곁들여질 것으로 보여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킬 전망이다.

다만 한가지 ‘체인 스모커’로 알려진 김위원장이 회담 중 줄담배를 피울 경우 금연가인 김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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