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도 'DJ 下野' 주장…"대통령 자격없다" 원색비난

  • 입력 2000년 3월 23일 19시 36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총선 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한 하야(下野)투쟁 가능성을 거론한 데 이어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23일 김대통령의 하야를 정면으로 요구하고 나서 정국에 파문이 일 전망이다.

이에 맞서 여권은 “정권 탈취를 위한 헌정 파괴적이고 군사쿠데타적인 발상”이라며 김전대통령과 이총재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강력 대응을 천명해 여야간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김전대통령은 이날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의원을 통해 “재임 2년간 거짓말과 독재로 국민을 괴롭히고 속여 온 김대중씨가 이성을 잃고 온갖 수단을 동원, 부정선거를 획책하고 있다”며 “더 이상 대통령직에 머물러 있어야 할 명분도 자격도 없으므로 하야해야 한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날 오전 상도동 자택에서 김전대통령을 만난 박의원은 “김전대통령이 김대통령에 대해 하야하라고 했을 때는 여러 가지 생각과 계획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해 총선 전 김전대통령의 본격적인 정치 재개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나라당 장광근(張光根)선대위대변인은 이날 “이총재는 지금과 같은 노골적인 관권선거 개입이 계속되면 총선 후 ‘하야’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국민으로부터 하야라는 말이 안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김전대통령과 이총재의 하야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으며 집권 당시 관권선거와 병역비리를 저지른 그들이야말로 하야 대상”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는 인천 지역 총선 공약 발표회에서 “김대통령이 결딴난 나라를 2년 만에 다시 세우고 있는데 당리당략을 앞세워 하야를 거론한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이며 국기를 뒤흔들어 외국 자본을 빠져나가게 하는 망언”이라고 공격했다.

정동영(鄭東泳)대변인도 긴급 성명을 통해 “이회창씨와 김영삼씨가 대통령 하야를 주장한 것은 국가 위기를 선동하고 헌정을 파괴하자는 것”이라며 “경제 위기를 조장하며 정치 사회적 불안을 선동하고 혼란을 유발해 그 속에서 정권을 탈취하고자 하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양기대기자> 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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