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공약]선심…황당…무책임 百態

  • 입력 2000년 3월 15일 19시 39분


《여야가 내놓은 16대 총선 공약을 보면 한결같이 ‘장밋빛 일색’이다. 각 당의 공약대로만 되면 한국은 수년 내에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 일약 첨단 선진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 같은 꿈을 가질 정도다.》

▼선심▼

○…민주당이 밝힌 ‘2004년까지 공무원 보수 민간중견기업 수준으로 현실화’ 공약은 역대 정권이 여러 차례 약속했던 대표적인 선심 공약.

특히 민간중견기업 수준이 어느 정도를 뜻하는지 불분명한데다 이에 이르기 위한 구체적인 급여 인상폭 및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한 설명이 없어 실현 가능성은 회의적. 이에 대해 김태현(金泰賢)정책실장은 “앞으로 외부 용역을 줘서 보수 현실화 기준 등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

한나라당은 농어업 구조개선을 위해 연간 10조원의 예산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나 이는 현 정부의 이 분야 예산 7조5000억원 보다 33% 정도 증액한 규모여서 비현실적이라는 평이 지배적. 특히 그동안 재정 씀씀이를 줄여 하루빨리 적자 재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해온 기조와도 상충된다.

자민련의 △농림업 투자 예산 전체 예산의 10% 이상 확보 △교육재정 GNP 대비 6% 이상 책정 △복지예산 GDP 대비 10%로 인상 공약 역시 뚜렷한 재원 마련 대책이 없어 말의 성찬(盛饌)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

○…광역도시 전철 건설비의 국고지원 비율을 50%에서 75%로 인상하겠다는 민주당의 공약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무분별하게 벌인 사업부담을 중앙정부가 떠안겠다는 식이어서 유권자들의 이해에만 편승한 무책임 정책 중 하나로 지적. 또 의료보험 재정 지원 확대 공약도 그동안 여러번 검토됐으나 재원 조달이 어려워 무위에 그친 전례가 있어 현실성 보다 당위성만 의식한 공약이라는 평가.

한나라당은 ‘일정한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모든 예금의 지급을 보장하고 내년 이후에는 예금지급 보장한도를 원리금 4000만원까지로 늘리겠다고 했으나 ‘일정한 요건’을 모호하게 규정, 사실상 모든 예금에 대한 지급 보장을 공언. 이 때문에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금년말까지만 예금지급을 완전보장하고 내년부터는 원리금 2000만원 이하만 보장키로 한 정부측에선 “무조건 모든 예금 지급을 보장하면 어쩌자는 것이냐”며 항변.

▼황당▼

○…자민련의 ‘효율적인 교통망 체계 구축으로 출퇴근시간을 절반으로 단축’ 방침도 말만 그럴듯한 대표적인 공약. 당 정책전문가는 “앞으로 베드타운개념이 사라지고 재택근무의 일반화로 교통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정책”이라고 주장하지만 관계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방안도 없이 무작정 그런 주장을 펴서 국민의 눈길을 끄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반응.

○…민주당의 ‘2002년까지 주택보급률 100% 달성’ 공약은 겉으로는 그럴 듯 하지만 실제 효과는 이에 못미칠 것이라는 분석. 평택대 윤혜정(尹惠楨)교수는 15일 “정부의 주택 통계가 허가나 승인 기준이지 완공 기준이 아니어서 말로만 100%이지 국민 입장에서는 여기에 못미치고 설령 정부 방침대로 ‘1세대 1주택’이 실현된다 해도 이는 도시와 농촌의 산술적 평균 개념이어서 도시 지역의 주택난은 여전할 것”이라고 폄하. 자민련은 ‘2005년까지 자기 집 보유율 70%로 확대’를 공약으로 제시했으나 이는 현재의 자기 집 보유율이 50%를 겨우 넘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무리이며 앞으로 주택이 ‘보유’개념에서 ‘거주’개념으로 바뀌는 추세를 전혀 무시한 정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이밖에 민주당의 △노부모 부양 저소득층에 봉양수당 지급 △군 하사관 자녀 교육비 지원 △올해 중 국민기초생활 보장 등의 공약은 이미 정부 여당이 여러 차례 당정회의를 거쳐 정부 방침으로 발표했던 내용.

한나라당 역시 △소상공인에 대한 무보증 무담보 대출 △향후 3년 간 부가가치세 대폭인하 △중산층 육성을 위해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의 이자소득 공제 △노인 여성 대상 무료 컴퓨터 교실 개설 등 그동안 과거 선거에서 여러 차례 써먹었던 내용을 이번에도 재탕.

한편 민국당 박정훈(朴正勳)정책위의장은 “아직 정책팀이 준비되지 않아 본격적인 정책개발이 미진한 게 사실”이라며 20일경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

<박제균·송인수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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