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당단체회의 지연배경]黨대회-대외관계 개선 치중

  • 입력 2000년 2월 27일 19시 21분


북한이 매년 2월초에 개최해 오던 ‘정당 단체 연합회의’가 올해에는 별다른 움직임없이 지연되고 있다.

북한의 정당 단체 연합회의는 신년사에 이어 대남 정책의 방향과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주요 행사. 한국 정부도 북한 정당 단체 연합회의에서 나타난 대남 전략과 태도를 평가한 뒤 구체적인 남북대화 방안을 모색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가져왔다.

지난해에도 북한이 연합회의(2월 3일)에서 고위급정치회담을 제의한 뒤 비공개접촉(4월)을 통해 남북차관급회담(6월)이 성사됐었다.

그러나 올해에는 정당 단체 행사의 후속행사로 볼 수 있는 범민련 의장단회의 개최 움직임이 먼저 나타나고 있다. 범민련측은 2월초에 이미 8차 범민련 공동의장단회의가 26, 27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될 것이라고 예고했었다.

이처럼 북한 정당 단체 연합회의 개최가 지연되고 오히려 후속행사가 먼저 개최될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먼저 올해 당 창건 55주년(10월 10일)을 맞는 북한이 제7차 당 대회 개최에 몰두하고 있어 대남 부문에 신경 쓸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인 듯하다.

제6차 당 대회(80년 10월)를 개최한 뒤 20년간 당 대회를 개최하지 못한 북한은 올해 당 기능 정상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

또 북한이 최근 미일과의 관계개선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에 대남 부문에 소홀하다는 것도 이유인 것 같다.

미국으로부터의 체제보장이 북한 생존전략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는 점에서 남북관계보다는 북-미 관계에 치중한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4·13’총선과 미국의 대선 진행을 살펴본 뒤 대남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느 때와 달리 총선정국의 민감한 변수들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도 대남 전략을 수립하는 데 부심할 것은 당연한 일.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총선의 진행과정을 살펴보는 등 종합적으로 저울질하고 있는 것 같다”며 “북한이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할 때 정당 단체 연합회의를 시작으로 대남 선전공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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