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기분으로 오전8시반경 당사에 ‘출근’했다. 오전 내내 당사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지만 공천에 영향을 미칠만한 핵심 당직자는 도대체 얼굴을 볼 수가 없다.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 등 ‘실세’들은 아예 “공천 관계로 찾아오는 사람은 들여보내지 말라”고 비서실에 지시를 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날은 총장실 앞에서 대기하다가 점심 식사를 위해 문을 나서는 김총장에게 잠깐 눈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사무처 당직자 A씨와 점심식사를 함께 하면서 열심히 공천 상황을 귀동냥했다. “누구는 모 실세가 밀고 있는 것 같다” “누가 어떤 실세를 만났는데 당신에 대해 좋게 얘기했다더라” 는 등의 얘기다.
오후에는 A씨가 거론한 공천 실세들의 연락처를 수소문해 전화를 걸었지만 허사였다. “왜 이런 짓을 하는지”하는 자괴심도 “그래도…”하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저녁에 케이크 몇 개를 샀다. 당직자와 공천심사위원의 집을 순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며칠전만 해도 잠깐씩이라도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이날은 일제히 ‘문전축객(門前逐客)’이다.
아무 성과 없이 돌아서려니 “‘지역은 걱정말고 서울서 공천만 받아오라”고 한 고향 사람들에게 체면은 세워야 할텐데…”하는 생각에 다리의 힘이 빠졌다.지기 시작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