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화성 재보선]與 "이럴줄이야" 野 "그럴줄 알았다"

  • 입력 1999년 12월 10일 01시 06분


여권의 ‘수도권 민심잡기’에 비상벨이 울렸다. 9일 실시된 안성과 화성 두지역의 기초단체장 재 보궐선거에 각각 후보를 낸 국민회의와 자민련측은 “열세를 예상하긴 했지만 이렇게 맥없이 무너질줄은 몰랐다”며 경악하는 분위기다.

특히 공동여당은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실시된 이날 선거에서도 참패함에 따라 내년 총선의 수도권 선거에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워진 셈이다. 더구나 지난달 실시된 서울 8개지역 구의원 선거에서 완패한 데 이은 연패(連敗)여서 여권내에서는 ‘수도권 민심이 여권에 등을 돌렸다’는 비관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안성과 화성 두 지역은 국민회의가 기초단체장을 맡았던 지역으로 지난 대선에서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후보가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후보를 완파한 곳. 따라서 여권의 ‘체감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날 여당의 참패는 잇따른 실정(失政)과 국정혼란에 따른 민심이반의 결과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특히 현 정권 실세들의 도덕성 문란을 극명하게 드러낸 옷로비 사건이 수도권 민심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여권의 자가진단이다.

현지 관계자들은 김대중대통령이 대선공약인 ‘농가부채 탕감’ 공약을 번복한 것도 도농복합지역인 이 지역의 민심 향배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안성지역의 경우 지난 대선때 김대통령이 ‘농가부채 탕감’을 공약하면서 분위기가 종전 ‘반(反)DJ 정서’에서 급반전했으나 현정부 출범 2년이 다 되도록 공약이 실현되지 않자 ‘기대’가 ‘분노’로 변했다는 것. 내년 총선때 수도권일대 도농복합지역에서 여권의 고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물론 여권지도부는 이번의 참패가 잘못된 공천 때문이지 수도권 민심의 주류(主流)가 변한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국민회의 안성시장 후보인 진용관(陳庸寬)씨의 경우 지난해 6·4 지방선거에는 자민련 후보로 나왔으나 이번에는 연합공천 과정에서 국민회의로 ‘옷’을 바꿔 입는 바람에 정체성 시비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합당이 불발돼 내년 총선에서 연합공천을 시도할 경우 공조유지에 불안감을 안겨 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한나라당은 이번 재 보선 결과를 두고 “수도권 민심이 한나라당으로 오고 있다”고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잘해서라기 보다는 여당의 실수에 따른 반사이익의 결과’라는 따가운 지적도 당내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에서의 수도권 승리를 ‘떼어 논 당상’으로 낙관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야당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 일각에서 ‘여권이 총선에서 참패할 경우 국정기반이 통째로 흔들릴지 모른다’는 우려의 소리가 일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선거막판에 역풍도 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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