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문건 파문]국정원 어디까지 개입했나?

  • 입력 1999년 10월 31일 23시 11분


여권이 ‘언론대책문건’사건을 대처하는 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이 일정한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정치권 안팎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다.

우선 문건 작성자가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라는 사실을 확인한 이종찬 국민회의부총재는 전적으로 스스로 알아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이 지난달 25일 문제의 문건을 폭로한 지 이틀만인 27일, 문기자가 자신의 사무실로 보내온 문건임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국민회의의 한 당직자는 31일 국정원의 고위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려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의원의 폭로 다음날인 26일 “문건 작성자는 문기자”라고 당에 알려왔다는 것.

이 당직자의 얘기가 사실이라면 국정원은 사전에 ‘특수기법’을 동원해 이부총재와 문기자 간의 팩스교신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여권이 문건 제보자가 평화방송 이도준(李到俊)기자고, 이기자가한나라당 정의원에게 1000만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과정도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부총재는 “내 사무실의 최상주(崔相宙)보좌관이 이기자가 최근 집안이 파산돼 돈이 필요했으며 여야의원들에게 빚보증을 서달라고 부탁했다는 점을 알아내 추궁한 끝에 ‘자백’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기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금품 수수 사실을 먼저 고백했을 것이라고 믿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따라서 여권에서 먼저 관련 물증을 제시, 이기자의 자백을 끌어낸 것이 아니냐는 견해가 적지 않다.

또 국민회의 핵심 당직자가 28일 천용택(千容宅)국정원장과 시내 모처에서 비밀회동한 것도 관심사 중 하나. 이날은 이부총재측이 이기자를 만난 데 이어 정의원이 이기자의 신원을 공개하는 등 정국이 급박하게 돌아가던 때여서 두 사람이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을 놓고 ‘심도있는’ 조율을 벌였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그러나 국정원은 31일 이같은 모든 의혹과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전면 부인했다.

〈송인수·공종식기자〉is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