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강경투쟁 일변도…「3金정치 틀」 답습

  • 입력 1999년 2월 5일 19시 10분


“버티다 보면 여당의 자충수가 나온다.”

다분히 구태적인 발상이지만 최근 한나라당의 강공 드라이브를 놓고 이회창(李會昌)총재 진영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자기설명의 논리다.

한나라당은 설연휴가 끝난 뒤에도 서울 부산 등지에서 장외집회를 계속한다는 복안인데다 8일부터 ‘방탄국회’까지 단독소집했다. “무리하게 야당의원들을 영입하지 않겠다”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화해의 손짓에도 이총재측은 “아직 대화할 생각이 없다”며 강경한 자세다.

한 당직자는 “여당의 정계개편 구상이 마무리되는 4,5월까지는 대여 강경대응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는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총재의 태도에는 여권에 대한 강한 불신감이 깔려 있다. 어떤 수식어를 붙이더라도 여권의 기본의도가 자신에 대한 ‘목조르기’인 만큼 강경투쟁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판단이다.

불편했던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측과의 관계개선도 이총재의 강경투쟁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김전대통령은 연초 이총재가 상도동 자택을 방문해 민주계 일각에서 일고 있는 ‘민주대연합론’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자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다는 후문이다.

김대통령측과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김전대통령측의 후원이 영남지역의 지역감정이란 뒷바람과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셈이다.

문제는 이총재의 이같은 강경일변도의 대응이 스스로 청산코자 했던 3김 정치의 틀을 답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체계적인 참모진의 정책보좌보다 개인적인 판단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원내총무 등 협상창구의 입지가 좁다는 점도 여야대화 실종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 내에서 장외투쟁을 주도하는 그룹은 당내 민주수호투쟁위원회(위원장 박관용·朴寬用부총재). 이총재는 개인적으로는 정형근(鄭亨根)의원 등 강경파 초재선의원들과 이중재(李重載)의원 등 김대통령을 잘 아는 원로들의 의견도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적인 대응전략은 윤여준(尹汝雋)여의도연구소장이 주로 조언하고 있다. 아무튼 이총재는 “지금은 야당의 생존이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런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여야의 가파른 대결구도가 평상정치로 복원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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