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금창리 ‘지하핵시설’ 의혹으로 다시 불거지고 있는 북한 핵문제에 대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비교적 간명한 접근법을 제안했다.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찰스 카트먼 미국 국무부 한반도평화회담 특사가 19일 밝혔듯이 금창리에 건설중인 지하시설이 핵개발과 관련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황은 있지만 아직 핵시설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이어 “상대방의 주머니에 뭐가 있는 지는 꺼내보면 알 것”이라고 말한 뒤 금창리 지하시설이 아직은 대북(對北) 포용정책을 변경해야 할 만한 ‘사정변경’ 요인이 아니라고 정리했다.
사실 카트먼특사가 금창리 지하시설에 대해 “핵개발과 관련이 있다고 믿을 만한(Compelling) 증거가 있다”고 한 직후 국내의 일부 언론은 ‘플루토늄 흔적이 확인됐다’고까지 보도했지만 새로운 상황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플루토늄 흔적에 관한 첩보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94년 북―미(北―美) 제네바 합의 이전에 추출한 플루토늄의 흔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다면 제네바합의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포용정책과 제네바 합의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제네바 합의 위반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없는 한 포용정책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다.
더구나 김대통령이 외환위기가 안정되고 경제위기가 막 고비를 넘기고 있는 때에 ‘비이성적인 핵소동’으로 악영향을 줘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것처럼 정부는 제네바 합의를 잣대로 차분하게 대처해 나간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적어도 과거 김영삼(金泳三)정부 때 처럼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겠다는 것이다.다만 김대통령이 “주머니에 뭐가 있는 지는 꺼내보면 알 것”이라고 정리한 대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카트먼의 평양 방문에서 금창리 지하시설 사찰문제와 관련해 뭔가 실마리가 잡힌 것 아니냐는 관측도 가능하게 하는 말이다. 적어도 핵시설이라고 단정하지는 않겠지만 사찰문제 만큼은 한미 양국이 최대한 공조해 반드시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의지의 표시이기도 하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