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수원票心 뭘 말하는가?

  • 입력 1998년 7월 22일 19시 37분


‘7·21’ 재 보궐선거에서 경기 수원 팔달은 26.2%라는 ‘경이적인’ 투표율을 기록했다. 또 33세의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후보는 그동안 여론조사결과 한번도 앞서지 못했던 국민회의 박왕식(朴旺植)후보를 물리치고 당선, 파란을 일으켰다.

이같은 저조한 투표율과 예상치 못했던 선거결과와 관련, 정가에서는 “수원 팔달 선거가 정치권에 대한 국민정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선 저조한 투표율에는 시급한 민생은 외면한 채 당리당략에만 매달려온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냉소주의가 그대로 투영됐다는 지적이다.

팔달구 인계동의 김종철씨(35·회사원)는 22일 “두달 가까이 국회도 열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이 국회의원을 뽑는다고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보고 한편의 코미디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남후보는 비록 44.3%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낮은 투표율 때문에 실제 유권자 지지도는 12%에 그쳐 지역구의원이라고 내세우기가 낯뜨거울 정도다.

또 하나 지역구도에 따른 투표성향이 크게 완화됐다는 점이다. 이 지역 유권자 분포는 영남출신 20%, 호남출신 19%, 충청출신 15%로 여권연합공천의 위력으로 박후보의 당선이 당연시돼 왔다. 정당지지도도 국민회의가 29%로, 지지도 10%에 머무른 한나라당의 3배에 가까웠다.

따라서 선거결과만을 놓고 볼 때 그동안 우리 선거문화를 특징지웠던 지역구도에 따른 투표성향이 상당히 완화되고 어느정도 인물위주의 투표가 이뤄진 셈이다. 이 때문에 남후보는 당선소감 일성으로 “수원에서 지역감정해소의 희망을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나라당 이한동(李漢東)부총재도 “호남 및 충청권 유권자들의 표가 결집되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국민회의는 수원 팔달 선거에서의 패배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국민회의의 한 관계자는 “광명을에 집중하다보니 수원 팔달선거에 너무 소홀하게 대처했다”면서 “상대방이 돈선거를 한 것으로 보이지만 당차원에서 너무 안이하게 후보자를 공천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