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회담 특사지명]4자회담 속개 겨냥한 美포석

  • 입력 1998년 7월 7일 19시 29분


미국 국무부 찰스 카트만 동아태담당 부차관보의 한반도 평화회담 특사(대사급) 지명은 빌 클린턴 대통령이 한반도문제를 94년 핵위기때와 같은 관심과 강도를 갖고 다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거부하고 미국이 무력제재를 공표함으로써 빚어진 94년 한반도 핵위기 당시에도 북한핵문제를 전담할 대사가 지명된 전례가 있었다.

당시 전담대사로 기용된 로버트 갈루치 현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 학장의 직책이 국무부 차관보(정치군사담당)였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스탠리 로스 동아태 차관보 휘하에 있던 카트만은 앞으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에게 직보하면서 한반도문제를 중점적으로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4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카트만이 지금까지 미국측 수석대표였던 로스 차관보를 대신해 미국대표단을 이끌게 된다.

다만 갈루치 전임대사가 단기적으로 빚어진 긴장해소를 위해 노력한 반면 카트만 특사지명자는 4자회담의 속개에 주력하면서 한반도에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평화구조를 정착시키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는 점이 다르다.

한반도문제 전담대사 구상은 남북관계가 악화돼 있었던 김영삼(金泳三)정부 당시부터 워싱턴의 한국통들 사이에 제기돼 왔으나 한국정부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당시 한국정부는 이것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를 오가는 미국의 왕복외교(Shuttle Diplomacy)를 연상시킨다며 전통적인 한국의 우방인 미국이 남북관계에 제삼자로 개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발했었다.

따라서 카트만의 특사지명은 미국이 이같은 한미(韓美) 양국의 입장 차이를 해소하면서 한반도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카트만에게 4자회담을 전담케 하면서 △경제제재 해제 △미사일회담 △연락사무소개설 등 북한과의 협상도 자연히 맡게 되고 왕복외교가 가능한 상황이 오면 그것 또한 담당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왕복외교방식은 현재 한국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의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필요성이 대두될 것 같지는 않다.

카트만 특사지명자는 96년 6월 아태담당 부차관보에 임명되기 직전 3년간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근무하며 북한핵문제와 4자회담 등 굵직한 현안을 현장에서 다룬 국무부내 대표적 한국통. 부차관보로 재임하며 미국의 대북(對北)정책 수립과 4자회담의 실무작업을 총지휘했다. 북한으로부터도 ‘대화가 통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지타운대를 졸업했으며 75년 외교관으로 국무부에 첫발을 들여놓았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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