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서울시장공천 『꼬이네』…한광옥씨 25일 청와대獨對

  • 입력 1998년 4월 24일 19시 47분


이번 지방선거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여권이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지역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3개 시도다. 이중 두곳은 24일 임창열(林昌烈)전부총리가 국민회의 경기지사후보로 추대되고 최기선(崔箕善)인천시장이 내주 자민련에 입당하기로 함에 따라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서울시장후보 공천만은 아직 안개가 걷히지 않고 있다.

김대통령은 ‘고건(高建)전국무총리―임전부총리―최시장’으로 이어지는 3각구도로 수도권을 평정, 지방선거압승의 기폭제로 삼겠다는 구상이나 국민회의 한광옥(韓光玉)부총재의 ‘버티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서울시장후보 교체의 뜻을 굳히고 23일 조세형(趙世衡)총재대행의 주례보고 때 한부총재에 대한 설득작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조대행은 24일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오전에는 안동선(安東善)부총재를 만나 한부총재를 설득해줄 것을 당부했으나 거절당했다.

경기지사출마준비를 해오다 임전부총리에게 밀려 도중하차한 안부총재로서는 한부총재에게 ‘동병상련(同病相憐)’을 느꼈을 법하다.

조대행은 오후에는 김중권(金重權)청와대비서실장과 함께 한부총재를 직접 만나 후보사퇴를 종용했다.

그러나 한부총재는 “나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는다”면서 “고전총리가 영입되더라도 반드시 경선을 거쳐야 한다”고 못박았다는 후문이다.

김대통령은 25일 한부총재를 청와대로 다시 불러 직접 설득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이번 독대가 서울시장후보 문제를 담판짓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회의 안팎에서는 후보교체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면 역학관계상 결국 한부총재가 밀릴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한부총재의 ‘저항’도 예사롭지 않다. 한부총재는 23일 10여명의 서울지역 원외위원장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한데 이어 24일에는 서울지역 소속의원 8명과 조찬회동, 협조를 당부했다.

연쇄회동의 분위기는 한부총재에게 상당히 우호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4일 오전에는 ‘민추협동지회’ 회원들이 모여 한부총재를 지지하고 고전총리 영입에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채택하는 등 당내외의 반발기류도 조직화하는 분위기다.

한부총재는 청와대 독대에서 역으로 김대통령을 설복시킨다는 의지가 예상외로 강해 독대 결과를 속단할 수 없을 것 같다.

상황에 따라서는 김대통령이 고전총리를 일단 영입한 뒤 경선에서 ‘김심’으로 밀어붙이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최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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