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 커넥션 파문]『불똥 어디로?』 숨죽인 정치권

  • 입력 1998년 3월 17일 20시 02분


북풍의혹관련 문건의 존재가 17일 드러나자 정치권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여야의 반응은 완전히 달랐다.

○…국민회의는 극비문건의 존재사실이 드러난 데 대해 지나칠 정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당 차원에서 성명이나 논평을 단 한 건도 내지 않았으며 당직자들도 최대한 말을 아꼈다.

간부회의에서도 “문제의 극비문건이 정대철(鄭大哲)부총재를 통해 입수됐다는 사실을 당에서는 전혀 몰랐고 정부총재로부터도 그러한 보고를 받은 바 없다”며 당과는 무관하다는 태도를 취했다.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은 “이 문제에 대해 뭐라고 언급하는 것은 정치적인 오해를 살 수 있는만큼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만 언급했다.

한 당직자는 “구여권이 북한측과 직접 연계해 북풍공작을 했다는 내용이 담긴 이 문건에 대해 우리가 끼여들었다가는 야당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자민련 김창영(金昌榮)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안기부 이외에도 정치권이 북풍의 배후라는 게 사실이라면 이는 정권을 위해 국가안보를 담보로 잡히는 이적행위”라며 “특히 북풍공작의 배후로 지목되는 정치권 인사들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반응 속에는 이번 기회를 정계개편의 호기로 삼아야겠다는 의지도 들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기부와 북한 커넥션’이 비밀문건의 존재로 확인된 것은 ‘국기를 흔드는 중대 사건’인 만큼 수사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정치권으로 불똥이 튈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북풍 극비문서 파문’에 대해 관계당국에 한 점 의혹없는 철저한 조사를 촉구키로 했다.

회의 후 맹형규(孟亨奎)대변인은 “안기부가 북한측에 정치적 협조를 요청했다는 ‘북풍커넥션’의혹에 마치 우리당이 연루돼 있는 것처럼 흘리고 있는 여당측과 사정당국의 태도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고 여권을 비난했다.

회의에서는 또 김종필(金鍾泌)총리 임명동의안,인사청문회, ‘북풍국정조사’ 등 여야간 정치문제를 향후 처리키로 합의했지만 여권이 ‘야당파괴공작’을 계속할 경우 국회차원의 대책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정형근(鄭亨根)정세분석위원장은 이날 “이른바 극비문서라지만 자료 자체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증권가 루머집’같은 것으로 보인다”며 “강경하게 진상조사 요구를 해야한다”고 건의했다.

〈김창혁·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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