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입장선회/여권 반응]「JP흔들기」우려 『촉각』

  • 입력 1998년 3월 11일 06시 50분


한나라당이 총리임명동의와 추경예산안 등 민생현안 처리를 분리 대처하기로 의견을 모은 데 대해 여권은 한나라당의 진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나라당의 입장선회가 바람직하긴 하지만 또다른 ‘함정’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경계심이다.

우선 한나라당은 추경예산안을 먼저 처리하되 새 정부가 예산을 다시 짜 국회에 제출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으로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새로 예산안을 짤 경우 김종필(金鍾泌·JP)총리서리가 출석, 국회 본회의 시정연설과 제안설명을 해야하는데 이 경우 또다시 총리서리체제에 대한 위헌공방이 재연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측은 현재 총리서리를 대신해 재경부장관이 시정연설을 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이 경우 김총리서리만 홀로 총리실에 앉아 있어야 하는 옹색한 처지가 된다. 이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JP 용퇴론’이 더욱 확산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양당간에도 미묘한 입장차가 있다. 총리임명동의와 추경안의 분리처리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 강한 자민련이 더욱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자민련측은 내심 총리임명동의안과 추경안을 연계해 일괄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면서도 국민회의의 분리처리론에 이끌려 어정쩡한 태도를 보여왔다. 자민련이 분리처리에 쉽게 동의할 수 없는 것은 어차피 분리처리가 되더라도 한나라당측이 새 예산안 제출을 요구할 경우 김총리서리가 국회 단상에 서지 못하는 상황을 염려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자민련은 김총리서리가 시정연설과 제안설명 등 ‘실질적 총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면 한나라당측이 입장을 선회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민련측은 한나라당이 분리처리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민생외면에 대한 여론의 질타를 피하면서 여권에 공을 떠넘겨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공조관계를 깨보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자민련과의 ‘호흡’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국민회의는 일단 자민련 쪽의 입장을 살려야 한다는 분위기다. 한화갑(韓和甲)총무대행은 “국회에 제출돼 있는 추경예산안은 이미 시정연설과 제안설명을 마친 상태”라며 “새 예산을 다시 내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총무대행은 또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제출된 추경예산안을 수정하면 된다”고 부연했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분리처리를 수용하더라도 김총리서리의 인정여부라는 여야의 핵심쟁점이 타결되지 않는 한 여야의 대결양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윤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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