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랄라∼.” 맥주CF로 유명한 연극인 최종원은 최근 받은 편지 한통에 기분이 좋다.
“너무 고마웠습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훌륭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김대중.”
김대중차기대통령이 지난번 대선때 찬조연설, CF무료 출연 등으로 열렬히 지원해준 데 대한 감사편지를 보내온 것.
대선이 끝난 지 한달여. ‘연예인 삼국지’를 찍듯 세 후보 진영으로 나뉘어 치열한 응원전을 펼쳤던 연예인들에겐 어떤 변화가 왔을까.
우선 최종원을 비롯해 DJ를 지지했던 백일섭 오정해 손창민 이선희 최양락 코리아나그룹 등등 1백여명의 연예인들은 선거 후 당선자의 얼굴조차 직접 보지 못했다.
예전같으면 선거후 걸쭉한 축하파티도 벌이고 은밀히 논공행상 소리가 나올 법하지만 김차기대통령이나 국민회의 예술단장 명의의 감사편지를 받은 게 전부다. 하지만 섭섭함을 드러내는 연예인은 없다. 경제난 대처에 여념이 없는 사정을 알기 때문.
출산한 지 두달밖에 안된 상태에서 지지활동에 나섰던 영화배우 오정해는 “지금 얼마나 바쁘시겠어요. 만약 우리들에게 일부러 시간을 내준다고 해도 거절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김대중과 함께라면 든든해요. 경제 통일 책임질 수 있어요….’
김차기대통령에 대한 젊은층의 친근감을 높이는데 큰 몫을 한 이 캠페인송은 ‘D J DOC’가 발표한 ‘DOC와 춤을’의 개사곡. 다른 후보진영에서도 거액을 제시하며 ‘사용허가’를 간청했지만 DJ쪽에만 무료로 빌려줬다. 대선 후 감사전화만 몇차례 받았지만 섭섭함은 없는 분위기. DJ지지 연예인들 사이에선 “기념모임이라도 만들자”는 얘기가 오가기도 했다. 그러나 DJ 지지를 발판으로 정계진출을 꾀하려는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회창후보 지지 연예인들도 아직 이후보와 ‘쫑파티’를 못했다. 연예인자원봉사단장을 맡았던 탤런트 이정길은 “대선 다음날부터 해단식도 못한 채 다들 연예활동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직능본부장을 맡았던 이상득의원은 연예인협회 간부 등을 초청, “야당이 됐지만 연예계의 발전을 위한 약속은 꼭 지키겠다”는 이후보의 뜻과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인제후보는 개그맨 김형곤 등 지지연예인들과 몇차례 식사를 함께 하며 “우정은 변치 말자”고 다짐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문민정부가 92년 대선때 김영삼후보를 지원했던 한 연예인을 숱한 구설수를 무릅쓰고 문화예술계 요직에 임명했던 것과 같은 씁쓰레한 일이 앞으론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기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