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號 『사공이 없는 건지…많은건지…』

  • 입력 1998년 1월 12일 20시 22분


한나라당이 ‘사공없는 배’처럼 표류하고 있다. 이회창(李會昌)명예총재의 대선 패배 이후 한나라호(號)에서는 “내가 사공”이라고 나서는 사람이 많다. 문제는 누구도 사공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조순(趙淳)총재와 이한동(李漢東)대표. 이에 반발하며 ‘새 틀’을 짜려는 김윤환(金潤煥) 김덕룡(金德龍)의원과 이기택(李基澤)전민주당총재…. 이들이 타협의 산물인 ‘중진협의체’를 통해 당을 끌고 나가려 하자 이번에는 초선의원들이 들고 일어났다. 초선의원들은 9일 시월회 모임을 가진 데 이어 12일 국회에서 33명이 모였다. 이날 초선의원들은 중진협의체 등 당 지도부의 기존 입장을 완전히 뒤엎는 주장을 폈다. 우선 대선이후 처음으로 ‘패배 인책론’을 제기했다. 초선의원들은 “다음 선거를 위해서도 패배의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질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이 지목한 책임자들은 조총재와 이대표 김태호(金泰鎬)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 한마디로 현 지도체제의 물갈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신한국당과 민주당 합당시 2년 임기를 보장받은 조총재의 퇴진까지 포함하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이회창맨’이었던 홍준표(洪準杓)의원은 “이명예총재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패배 책임론이 불거질 경우 정치적 재기를 꿈꾸는 이명예총재에게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초선의원들은 또 총재 부총재는 물론 원내총무와 시도지부위원장 등 ‘모든 당직’과 지방선거 출마자의 경선까지 주장했다. 그것도 3월10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당겨 경선하거나 늦어도 3월 전대에서는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3월 전당대회의 경선 실시는 시기상조’라는 중진협의체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김종필(金鍾泌)자민련명예총재의 국무총리 인준 문제도 ‘불가’가 대세였다. 조총재가 9일 기자회견에서 JP인준 거부를 시사하자 이대표가 제동을 걸었고, 초선그룹이 다시 제기하는 등 벌써부터 이 문제는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혁신적인 소장파 그룹과 당 중진들의 ‘눈높이’가 14일 의원총회에서 어떻게 조율될지 관심이다. 뱃사공이 없는, 아니 뱃사공이 너무 많은 한나라호가 위기의 바다를 무사히 헤쳐나갈지, 아니면 산으로 갈지 궁금하다. 〈박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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